누리꾼들 “군대서도 인기” “주말엔 일찍 귀가”
모든 걸 가진 ‘완벽남’ 김주원(현빈 분·오른쪽)을 보면서 평범한 남자 시청자들은 대리 만족을 느낀다. 사진은 드라마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길라임(하지원)과 김주원의 ‘윗몸 일으키기’ 애정신. 사진 제공 SBS
“군대 간 동생이 주말에는 시크릿 가든 재방송 보느라 다들 바쁘다는데요.”
최근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시크릿 가든 갤러리’에 ‘나는 남자지만 시가 열혈 팬이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배우 정겨운이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시크릿 가든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그런 멜로를 싫어하지 않느냐”며 “나는 ‘아테나: 전쟁의 여신’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딱 여자들 취향으로 분류되는 ‘달달한’ 시크릿 가든을 보며 남자들도 울고 웃는 이유는 뭘까. 시청자 게시판에 따르면 남자들도 여자들처럼 가슴 설레는 스토리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준호 씨는 이 드라마에 대해 “평소 TV와는 거리가 먼 내게 설렘이란 감정을 심어준 작품”이라고 적었다. “시크릿 가든의 서정적인 대사는 남자인 나도 감성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 씨는 “남자라고 눈물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길라임(하지원 분)이란 캐릭터에 너무 몰입해서 요즘엔 방송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고백했다. 이어 “제발 암울한 결말은 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남성 시청자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마초적인 성향이 줄면서 감성적인 대사와 스토리에 반응하는 것 같다”며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파워가 세지면서 남성 시청자들의 성향도 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치열한 경쟁 속에 고단한 일반 남성들은 현실감을 가진 김주원이란 재벌 2세 캐릭터에 자신의 모습을 투사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을 수 있다”며 ‘이것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용진 동아닷컴 기자 aura@donga.com
▶ [O2 기사 풀버전 보기]달달한 시크릿 가든에 남자들이 열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