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총리 암살 조사는 美음모” 헤즈볼라측 장관 11명 탈퇴
레바논 연립정부가 사드 하리리 총리가 이끄는 친서방 정치세력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 갈등으로 12일 전격 붕괴됐다. 헤즈볼라 계열의 장관 11명은 이날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암살사건에 대한 ‘유엔 레바논 특별재판소’의 조사에 불만을 품고 연정에서 집단 탈퇴했다.
기브란 바실 에너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리리 총리가 미국과 외국의 압력에 굴복했기 때문에 다른 장관들과 함께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며 “현 정부는 아무런 일을 할 수 없어 새로운 정부에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하리리 현 총리는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로 미국 등 서방의 지지를 받고 있다.
수니파 지도자인 하리리 전 총리는 2005년 의문의 차량 폭탄테러로 숨졌으며 이후 유엔은 특별재판소를 설치해 진상조사를 벌여왔다. 내각을 구성하는 30명 가운데 11명이 퇴진함에 따라 현 정부를 대신할 새 정부 구성이 불가피해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2008년 종파 간 무력충돌로 81명이 숨지는 등 내란 직전 상황까지 갔던 레바논이 다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하리리 총리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하리리 총리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확고부동한 지도력을 보여줬으며 평화와 안정,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고 칭찬했다. 카타르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헤즈볼라의 행위는 정의를 뒤엎고 레바논의 주권과 독립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