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위해 모두 바친 그 삶이 부럽고 그렇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네”
고 이태석 신부가 생전에 두려워한 것은 암과의 싸움이 아니라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2009년 7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살레시오수도원의 이태영(왼쪽 사진 왼쪽) 이태석 신부. 톤즈에서 현지 학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이태석 신부. 사진 제공 이태영 신부·수단어린이장학회
아프리카 수단의 딩카어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다.
14일은 수단 남부의 톤즈에서 신부이자 의사, 교사, 음악가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 암으로 선종(善終)한 이태석 신부(살레시오수도회)의 1주기다. 48세,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삶이다. 하지만 고인이 혼신을 다해 일궈온 사랑의 씨앗은 톤즈를 넘어 국내에서도 움트고 있다.
톤즈 출신으로 한국에서 유학 중인 존 마옌 씨와 토마스 타반(24), 산티노 씨(26)는 그들이 아버지로 여겼던 ‘쫄리’(세례명 요한의 영어식 발음과 성을 합해 쉽게 부른 애칭) 신부에게 배운 ‘사랑해 당신을’에 이어 ‘잡초’를 불렀다.
톤즈 현지 병원에서 의료보조원으로 일한 산티노 씨는 “신부님이 안 계시니까 너무 슬프지만 마음속에는 살아 있다. 신부님이 바라는 사람이 돼 신부님처럼 살고 싶다. 신부님의 사랑을 (톤즈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옌 씨와 타반 씨는 한국어를 익힌 뒤 의대에, 산티노 씨는 농업기술과 관련한 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고인의 삶을 영화화한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는 지난해 9월 개봉 이후 30여만 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워낭소리’에 이어 역대 한국 다큐영화 관객동원 2위에 올랐다. 한 관객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울지마 톤즈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울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태석 신부는 사람을 울리는 기술을 가진 분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하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두 살 위의 형 이태영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그리운 태석 신부에게’라는 글을 e메일로 보내왔다. 그는 동생이 어릴 때 고집이 세 별명이 ‘찔륵소’였다고 했다.
이태영 신부는 “하늘이 무너진 듯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구려. 어머님께서는 ‘태석 신부가 유명하지 않아도 좋으니, 한 번만이라도 보았으면 한다’는 심정을 토로한다”고 썼다.
이어 그는 “(주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어머님을 비롯한 우리 가족에게 위로가 되곤 한다. …태석 신부가 톤즈에 심어준 기쁨과 사랑, 그리고 희망이 태석 신부가 포기했던 외적 신분(의사, 선생, 음악가) 때문이 아니라, 온 삶을 바쳐 보여준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고 그렇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라고 했다.
부산 기장군의 한센인 정착촌에서 사목활동을 하고 있는 이태영 신부는 태석 신부의 삶 앞에서 “이 못난 형은 슬픔과 함께 부럽기도 하고 부끄러울 뿐”이라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었던 그 삶이 부럽고, 그렇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네. 이 못난 형을 위해서 하늘나라에서 기도해 주시게. 우리 사회가 좀 더 밝고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늘나라에서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8월 현지 지원을 위해 톤즈에 다녀온 장학회 장민석 총무는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톤즈에서는 100원이면 한 끼를, 1000원이면 항생제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한번에 700만∼800만 원이 들어가는 우물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페는 cafe.daum.net/WithLeeTaeSuk, 후원계좌는 신한은행 100-021-802706 수단어린이 장학회.
KBS 1TV는 이태석 신부의 선종 1주기를 맞아 14일 오후 11시 40분 ‘울지마 톤즈’를 방송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