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2009년 이후 국내 펀드시장에서는 주식형펀드가 2년 연속 순유출을 보였다. 2010년 25조 원으로 유출 규모가 확대되기는 했지만 2007, 2008년 주식형펀드로 순유입된 자금 규모가 각각 70조 원, 24조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자금 이탈은 일정 부분 정상화의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이탈한 자금의 상당 부분이 펀드시장과 주식시장의 주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펀드시장으로 보면 채권혼합형펀드와 해외채권형펀드로 자금이 순유입됐고 랩 상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투자자산의 이동 경로는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변동성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대안(代案)형 상품의 투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식을 비롯한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크게 악화됐다. 이에 따른 경험으로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이 일정 부분 회복되거나 수익이 발생한 투자자들은 증시의 하락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를 늘렸다. 대표적인 상품이 채권혼합형펀드와 해외 채권형펀드, 지수연계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등이다.
투자자산의 이동은 투자자의 성향과 시장 전망 등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개별적인 수요, 즉 안정적인 투자를 할 것인가 또는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인가에 따라 자금 이동 속도는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산시장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과거 주식형펀드 위주의 투자 환경에서 채권혼합형펀드, 해외채권형펀드, 자문형랩 등으로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는 전체 자산의 변동성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한편 투자자산의 자금 이동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