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논설위원
청와대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뒤인 2009년 9월 “인사시스템을 개혁하겠다”며 인사기획관을 신설했다. 이 자리를 1년 3개월 동안 비워놓고 임 실장이 겸직하다가 작년 12월 31일 아예 폐지해버렸다. 단선(單線)의 인사결정시스템이 인사실패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장은 현직 대통령의 비서를 지낸 사람이 하기에 적합한 자리가 아니다. 임기 말에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대통령과 연이 먼 사람을 보냈어야 한다. 정동기 씨는 재판도 없이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그대로 갔다가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더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절름발이 오리가 돼버렸을 것이다.
인사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다보면 여러 측면을 분석적으로 보기 어려워진다. 소외된 사람들은 평론가가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임명동의 투표가 무난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영란 전 대법관을 감사원장에 앉히고 정동기 씨를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보냈더라면 이번처럼 꼬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중요 결정은 위원회를 통해 내려지고 궂은일은 사무총장이 거든다. 김 전 대법관이 감사원장으로 갔더라면 여권(女權) 향상의 상징성도 컸으리라는 것이다.
참모들 제역할 못해 펑크 났다
3선의원인 임 실장은 정 후보자 인사파동 전반에 대한 조율 실패의 책임도 있다. 이 대통령이 노른자위 지역구(성남분당을)를 버린 임 실장을 쉽게 내치기 어렵겠지만 인사실패와 당-청(黨靑) 또는 청-청 갈등이 이어진다면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
민정수석실도 코너에 몰렸다. 인사검증의 잇단 실패로 체면을 구긴 마당에 함바집 폭풍까지 밀려왔다. 함바집에 연루된 배건기 전 감찰팀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경찰청 소속으로 서울시에 파견 근무를 했다. 2006년 6월 이 대통령이 시장 임기를 마치고 대선 행보에 나서자 경위 계급장을 떼고 대선 기간 내내 경호를 맡았다. 정권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행정관급으로는 드물게 대통령 직보(直報)가 가능한 감찰팀장을 맡았다. DJ YS 노무현 정부에서도 사고 친 것은 언제나 직계와 친인척이었다. 어떤 조직이건 “우리가 남이가”를 합창하는 순간 건강성을 잃는다.
권재진 민정수석은 마음을 비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종찬 초대 민정수석은 광우병 촛불시위로, 2대 정동기 수석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검증부실로 그만뒀다. 이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3대 연속 고검장급에서 임명하고 있지만 들어오는 사람마다 불명예 퇴진을 하면 거액의 봉급을 주는 로펌을 마다하고 ‘오후 4시’의 청와대에 들어올 고검장급을 찾기 힘들 것이다.
단물族 떠나면 순장組만 남는다
홍상표 홍보수석이 이틀 뒤에 사퇴할 사람을 놓고 당청 대립처럼 비칠 수 있는 말을 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누가 시켰더라도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렸어야 하는데 홍 수석은 정권의 지분이 약한 탓인지 수시로 흔들린다. 친이계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이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같이 대통령의 심기를 드러내는 듯한 표현이 청와대에서 여과 없이 흘러나오는 것은 잘못”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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