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 시인이 개척 풍자투 3행시
해학과 함축성… 동호인 모임 활발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 ‘조선문학’ 사무실에서 박진환 시인(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풍시조’를 낭독하고 있다. 박 시인이 개척한 시의 한 장르인 풍시조에 담긴 시대 비판과 해학에 수강생들이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진환 시인(75·전 한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이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2동 ‘조선문학’ 사무실에서 ‘풍시조(諷詩調)’ 한 수를 낭독했다. 제목은 ‘물신시대 571’. 박 시인은 “뇌물을 줬다는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브로커는 구속 기소된 반면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된 것을 풍자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법원의 영장 기각 여부가 피의자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어리둥절함이 시에 그대로 녹아 있다.
풍시조는 박 시인이 개척한 시의 한 장르다. 풍자투로 쓴 3행시라는 것 외에 자수율 등의 규칙은 없다. 박 시인은 “풍시조는 시대적 비리나 악행, 부조리에 문화적 징벌인 통징(痛懲·엄하게 벌함)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낭독한 시의 소재도 조간신문에서 찾은 것. 그래서 풍시조는 일견 신문의 만평과도 닮아 있다. 박 시인은 “3행이라는 제한을 받기 때문에 기발한 착상과 함축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