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南北대화 우선”
“납치-미사일 北日대화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상은 15일 오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일본 간 대화 추진 과정에서의 한미일 3국 공조’와 ‘북-일 대화’보다 ‘남북대화 우선’을 강조했다.
특히 마에하라 외상은 북한과의 대화 의제로 북핵 문제와 일본인 납치, 미사일 위협 문제를 분리하지 않았다. 그는 ‘납치 문제를 핵 문제와 분리해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납치, 핵, 미사일과 같은 제반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만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종연구소 주최 세종정책포럼 공개 강연에서도 북-일 대화 문제를 아예 꺼내지 않았다.
○ “납치, 미사일 우려 이해해 달라”
16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마에하라 외상은 15일 세종정책포럼 비공개 토론에서 “북한 문제에는 핵, 미사일, 납치 문제가 있지만 납치와 미사일 문제는 일본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6자회담에서 일본과 북한 대표가 얼굴을 맞대고 납치 문제를 다룰 수도 있지만 6자회담은 핵 문제를 논의하는 곳”이라며 “납치와 미사일 문제는 일본이 기본적으로 6자회담과 관련 없이 북한과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마에하라 외상은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는다고 납치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20∼30년간 납치된 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에게 6자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납치 문제가 논의될 수 없다고 말하면 실망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개석상에서 북-일 대화와 6자회담 의제를 분리하겠다고 밝힐 경우 일본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는 것처럼 비칠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에하라 외상은 “우선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6자회담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면 북-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며 “북한과 대화할 때는 한국, 미국과 공조를 확보하겠다. (한국 측은) 안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은 ‘선(先) 남북대화, 후(後) 6자회담’ 기조에 동의하면서도 무작정 상황의 진전을 기다리지 않고 북-일 대화를 위한 회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북-일 대화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그 시기는 6자회담 즈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일본 언론 “한국, 북-일 대화 우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3월에 예정된 일본 중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발표가 양국관계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요인”이라며 북한과의 직접 대화 추진이 한일 관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