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에는 재미있었어요. 감나무 1000여 그루가 있는 과수원에서 감을 따는 아르바이트를 했거든요. 하지만 나무에 계속 오르다 보니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현기증이 나서 떨어질 뻔도 했죠. 손바닥이랑 무릎에는 나뭇가지에 베인 상처도 많이 생겼어요. 배설물을 치우는 농장 아르바이트를 한 뒤에는 속옷까지 고약한 냄새가 뱄어요. 돈 버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강 군)
참 고생이 많다. 방학을 맞아 열혈 아르바이트에 돌입한 고교생들. 어린 나이에 스스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달려든 학생들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사회생활이 힘들다. 속상하고 답답한 일도 다반사다.
서러워도 어쩔까. 이게 사회인데. 그래도 고2 남모 군(18·강원 동해시)은 즐거운 마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려 노력한다. 주말마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한다. 종일 그릇을 윤기 나게 설거지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운다. 음식물이 옷에 쏟아져 벌건 물이 드는 일은 예사다. 주문 전화를 받으면 “사장님” “사모님” 해가며 손님들의 불평불만까지 들어줘야 한다고.
남 군은 “다른 사람들보다 사회를 먼저 배운다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일하려 한다”면서 “돈도 벌지만 일하고 나면 ‘공부하는 게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쉽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이점도 있다”고 했다.
유명진 기자 ymj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