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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한미FTA 비준 절차는

입력 | 2011-01-18 03:00:00

美 이행법안 의회 보낸뒤 90일내 통과
韓 국회 상임위→본회의 의결 거쳐야




《 지난해 추가협상을 마무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발효되기 위해선 양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의 비준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현재 양국 정부는 한미 FTA 추가협상 결과 작성된 ‘합의 요지’의 내용을 구체적 법률 문안으로 작성하기 위해 실무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양국은 의회에서의 비준 절차에 돌입합니다.

미국에서 한미 FTA는 2007년 7월 1일 전 원안이 서명됐기 때문에 무역촉진권한(TPA)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TPA란 미국이 다른 나라와 진행하는 국제 협상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미 의회가 행정부에 광범위한 무역 협상 권한을 위임한 제도를 말합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007년 6월 30일 양국 정부의 한미 FTA 최초 서명 전 TPA 제도에 따라 의회와 진행해야 하는 절차를 마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에는 다음 단계인 미 행정부가 의회에 한미 FTA의 이행법안(implementation bill)을 송부하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이행법안 송부란 미 행정부가 한미 FTA를 발효시키기 위해 미국 내에서 새로 만들 필요가 있거나 개정이 필요한 법안은 없는지, 새로 필요한 행정조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패키지로 의회에 보고하는 절차입니다.

이행법안이 완성돼 의회에 보고되면 의회는 본격적인 비준에 들어갑니다. 비준은 상원과 하원이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지만 관례상 하원이 먼저 하고 상원이 나중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원의 경우 세입세출위원회에서 45일 이내에 본회의에의 보고 여부를 결정해 보고하면 본회의에선 15일 이내에 표결에 들어갑니다. 하원 세입위원회는 이행법안의 내용이 미국 법률의 개정을 포함하고 있을 경우 본회의뿐 아니라 법사위원회에도 이행법안을 상정해야 합니다. 상원은 재무위원회에서 본회의 보고 여부를 결정한 뒤 본회의에서 15일 이내에 표결에 들어가는데 시한은 이행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지 45일 이내 혹은 이행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지 15일 이내 중 더 긴 기간의 적용을 받습니다.

결국 미 대통령의 이행법안이 의회에 송부된 지 최대 90일 이내에 하원과 상원을 통과하게 되는 것인데 이때 90일은 의회 회기일(legislative day)만 포함돼 달력상의 날짜와 일치하진 않습니다. 즉 의회 회기가 아닌 기간이나 의회 회의가 개최되지 않는 주말, 공휴일 등은 90일이란 숫자 안에 들어가지 않아 실제 소요 시간은 더 길어지는 것입니다.

한국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준동의안을 심의 의결한 뒤 본회의에 상정해 심의 의결을 거치게 됩니다. 미국과 달리 비준동의안의 처리 시한은 없습니다. 다만 협정 이행을 위해 제정 혹은 개정이 필요한 법률에 대해선 다시 개개의 법률마다 소관상임위에서 법안심사소위, 본회의를 차례로 거쳐야 합니다. 한미 FTA의 경우 법률의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총 24개입니다.

FTA 이행을 위한 국내 절차가 모두 끝나면 양국 정부는 이를 상대 정부에 알리는 확인 서한을 서로 교환합니다. FTA는 이 확인서한을 교환한 날로부터 60일 혹은 양국이 합의한 별도의 날짜에 발효됩니다.

현재 미국 행정부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의 FTA 잠정발효 날짜인 올해 7월 1일과 같은 날 한미 FTA를 발효시키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행정부의 ‘희망’일 뿐 결국 관건은 막강한 권한을 갖는 미 의회에 달려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지난해 미국의 중간선거로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은 한미 FTA 반대론자인 민주당의 샌더 래빈에서 자유무역주의자인 공화당의 데이비드 캠프 의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당이 6석 차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상원의 경우 재무위원장 맥스 보커스(민주당, 몬태나)는 여전히 쇠고기 시장 개방에 대한 진전이 없는 한 한미 FTA를 반대하겠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어 한미 FTA 비준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