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일씨, 폐암 투병하며 7년간 사찰 108곳 생태조사
책 10권에 오롯이 담아내

2002년부터 7년에 걸쳐 전국 108개 사찰을 돌아봤다. 토양 나무 꽃 곤충 동물 등 사찰생태를 관찰해 그 내용을 책 10권에 오롯이 담았다.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대표(64·사진)가 최근 완간한 ‘산사의 숲’ 시리즈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삭발한 모습이었다. 8년째 폐암으로 투병하고 있는 그는 “이제 듣는 항암제가 없어 지난해 12월부터 치료를 중단했다. 그때 병원에서 3개월 남았다고 했다. 10분 이상 걸으면 숨이 찬다”면서도 “숲이 치유 기능이 있기 때문인지 그래도 1년 정도는 더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영주 부석사는 1500년이 넘은 고찰로 아름답다고 평가받지만 생태적으로는 많이 부족해요. 주변이 솔숲에서 사과밭으로 바뀌었는데 농약을 치다 보니 근처에 곤충이 하나도 없습니다.”
김 대표는 “사찰은 그 문화유산뿐 아니라 생태도 아름다워야 한다”며 “외부에서 사찰생태를 파괴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찰 측이 건물을 짓거나 조경을 새로 하며 주변 생태를 파괴하는 일도 많다”고 했다. 생태가 잘 보존돼 있는 사찰로는 경북 포항 보경사, 전남 해남 미황사, 경북 봉화 청량사 등을 꼽았다. 그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사찰 주변의 식생을 보존할 수 있는 불교수목원을 세우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석가모니는 숲으로 출가하고 숲에서 열반에 든 숲의 성자입니다. 불교는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을 가진 숲의 종교죠. 사찰생태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