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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3박자’ KT 특급스타 없이 선두질주… 비결은?

입력 | 2011-01-18 03:00:00

① 수비 빈자리 본능적으로 누군가 채워 ② “나보다 우리 먼저” 1 대 1 공격 없다
③ 선수들 연애까지 챙기는 감독 리더십




전창진 KT 감독

프로농구 KT가 최근 6연승을 달리며 24승 8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특급 스타 하나 없는 KT의 상승세는 미스터리로 불릴 정도다. 조직력이 뛰어나고 수비가 강하다는 분석이 자주 나온다.

KT 내부에서는 어떻게 볼까. 전창진 KT 감독에게 3가지 이유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수비, 희생정신, 팀워크”라는 대답이 나왔다.

평균 실점 3위(76.2점)인 KT는 톱니바퀴 같은 로테이션 수비를 자랑한다. 평소 다양한 패턴을 연마했다. 보통 2 대 2 공격을 막는다면 다른 팀은 상대 2명의 수비에만 집중하는 반면 KT는 나머지 3명의 움직임까지 차단하는 식이다. KT 조동현은 “수비에 빈자리가 생기면 본능적으로 누군가 그곳을 채운다. 끝없는 훈련의 결과”라고 말했다. KT의 가로채기는 7.8개로 1위다. 볼을 빼앗으면 너도 나도 상대 코트를 향해 내달려 손쉬운 속공 기회를 만든다.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기에 공격 성공률도 높다. 무리하게 슛을 남발하기보다는 점수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동료를 먼저 쳐다본다. 2점슛과 3점슛 성공률이 모두 2위다. 자유투 성공률은 1위(77.3%). 올 시즌 KT 최고 스타로 떠오른 박상오는 “골밑에서 욕심만 내세워 1 대 1 공격을 할 때가 감독님에게 가장 혼이 나는 순간”이라며 웃었다.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뚜렷한 목표 의식을 제시한다. 실책은 10개 미만으로 줄여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한다. KT의 턴오버는 10.4개로 가장 적다. 1주일 단위의 경기 스케줄에 따라 성취 가능한 승수를 선수들에게 철저하게 주문한다. 2009년 전 감독 부임 후 KT는 3연패 이상 빠진 적이 없다.

전 감독은 냉탕 온탕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눈물이 쏙 날 정도로 혼을 내다가도 간이라도 내줄 만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 결혼을 앞둔 박상오가 흔들릴 때는 가족이 있는 캐나다에서 국제전화로 “남자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격려했다. 선수단의 집안, 연애 문제 카운슬러까지 자처하는 전 감독은 트레이너, 운전사의 생일까지 꼼꼼히 챙긴다.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는 최근 체육관이 썰렁하다며 훈련할 때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슬렁거리다 훈련장에서 쫓겨날 뻔했다.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쉰다는 게 전 감독의 훈련 철학이다. KT의 고공비행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KT 이래서 강하다” 적장들과 전문가들의 분석

①자기 색깔에 맞는 최적의 농구를 구사한다. 높이는 다소 약해도 외곽 운영이 뛰어나 신장이 좋은 팀도 제대로 수비하기 힘들다.

②코트에서 허리를 펴는 선수가 거의 없다. 그만큼 악착같이 수비를 한다는 뜻이다. 전창진 감독과 선수들의 탄탄한 신뢰가 느껴진다.

③작년보다 슈팅 능력이 향상됐다. 압박 수비가 너무 매서워졌다. 찰스 로드의 가세로 높이의 열세도 어느 정도 덜었다.

④부상 선수가 있었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수비할 때 폭넓게 움직이니 공격이 쉽지 않다.

⑤경기장에서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있다. 상대보다 한발 더 뛴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⑥공격에서 외곽과 골밑을 적절히 섞을 수 있는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속공이 위력적이다. 공수가 모두 안정적이라 약점 찾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