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유쾌한 유령’
대본★★★☆ 연출★★★★ 연기★★★★ 무대★★★☆

재혼했는데 전처가 유령이 돼 돌아왔다면? 연극 ‘유쾌한 유령’은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사진 제공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제1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참가작으로 14일 막을 올린 연극 ‘유쾌한 유령’(번역·연출 윤광진)은 이런 기묘한 해프닝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영국 극작가 노엘 카워드의 대표작으로 1941년 런던 초연 당시 1997회 무대에 서며 히트했다.
설정 자체도 재미있지만 70여 년 동안 이 작품이 사랑받아온 이유는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있는 듯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남편의 변화는 이렇다. 전처가 유령이 돼 나타나자 처음에는 벌벌 떤다. 하지만 매력적이었던 전처의 육체를 탐하며(유령이지만 만질 수 있다) 두 부인을 두게 된 상황을 은근히 즐긴다. 하지만 전처가 자신을 죽여 데려갈 계획을 짜자 배신감에 펄쩍 뛰고, 결국 사고로 두 번째 부인까지 죽자 다시 자유를 만끽한다.
그 힘은 통통 튀는 대사와 해학적인 극적 구성에서 나온다. 남편이 첫 번째 부인에게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라고 화를 내면, 두 번째 부인이 자신에게 하는 줄 알고 “그래, 난 눈치가 없어요”라고 화를 내는 식이다. 엉뚱한 주술사, 겁먹은 하녀, 뜬금없는 의사의 감초 연기도 눈길을 끈다.
전처인 엘비라 역을 맡아 첫 연극 무대에 나선 황인영 씨는 요염한 매력을 뽐내며 무난한 연기를 펼쳤고, 중견 배우 남미정 씨는 괴짜 심령술사 아르카티 부인 역을 독특한 매력으로 사랑스럽게 표현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해설지에는 ‘화병이 날아다니고 의자가 춤추고 벽이 무너지는 초현실적 세계가 펼쳐진다’고 쓰여 있다. 말은 맞다. 하지만 놀이공원의 ‘귀신의 집’ 수준을 넘지 못하니 큰 기대는 하지 말 것.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