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가 뿌리 깊은 ‘학벌’ 지상주의다. 소위 ‘SKY대학’이라고 일컬어지는 명문대를 나와야 밥술깨나 먹고살 수 있다는 믿음이 국민 사이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10대 청춘을 병들게 하는 입시 지옥과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사교육비의 원천이 SKY대학 진학열의 부산물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취업난을 반영해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의과대학이나 약학대 혹은 공무원 시험으로의 쏠림이 극에 달해 이 나라가 앞으로 균형을 갖춘 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될 정도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 보면 대학뿐만 아니라 이 사회 전체에 SKY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흔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얘기하지만 재벌 간의 격차도 10년 전에 비해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30대 재벌 혹은 10대 재벌을 얘기했지만 이제는 상위 서너 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또 산업 간 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지어 같은 그룹 내에서도 업종에 따라 성골과 진골 그리고 육두품으로 나뉜다. 경제의 SKY화다. 지역 간 격차는 이제 관심조차 끌지 못하는 진부한 이슈다. 최근 16개 광역자치단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되었는데 최고 부촌인 울산시가 4만 달러이고 최빈촌인 대구시는 겨우 7000달러 내외다. 또 경인지역과 기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차는 같은 나라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경인지역 내에서도 서울 강남과 기타 지역은 ‘너무나 먼 당신’이다. 부동산의 SKY화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