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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사태 후 남겨진 반려동물 사진전

입력 | 2011-01-19 15:33:32


개가 서있다.
아니 개도 산다.
연평도 구석구석에 울부짖고 산다.

-중략-

개가 서있다.
아니 고양이도 서있다.
연평도 구석구석엔 사람들의 아픔만 있지 그들의 아픔은 없다.
(성남훈·사진가의 '연평도에 서서'에서)

지난해 11월23일 '연평도 사태' 후, 평화가 사라진 연평도에 방치된 반려동물들을 사진가들이 '있는 그대로' 사진에 담았다.

 


폐허가 된 집의 잔해 가운데 사람인 양 넋을 놓고 앉아 있는 최형락의 백구. 포탄을 맞은 벽의 구멍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이치열의 고양이, 바퀴자국처럼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낸 채 눈길 위에 멈춰 선 이상엽의 어미개….

사진들은 하나하나의 작품에 제목이 따로 붙지 않고, 그냥 '연평도의 반려동물'이란 이름 아래 일련의 번호만 붙여졌다.

'사라지다, 남겨지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사진전에는 김성룡, 성남훈, 이상엽, 이치열, 최항영, 최형락 6명의 사진가가 찍은 반려동물 사진 각 3점씩 18점과 영화감독 임순례 씨가 이끄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활동을 담은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연평도의 반려동물. 최항영


전시회는 2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전시작품의 판매 수익금은 연평도 동물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되어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이미 잘 알려졌고,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임순례 감독의 제안으로 비롯됐다.

임 감독은 카라 회원들과 함께 연평도 사태 후 섬에 방치 된 반려동물의 구호활동을 벌였다. 사료를 싣고 들어가 엄동설한에 폭격에 파괴된 집들 사이, 거리와 골목을 배회하는 개와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나눠 주었다. 그나마 풀린 개들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기라도 하지만, 미처 주인이 목줄을 풀어주지 못하고 떠난 집의 개들은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낸 상태였다. 묶인 채 새끼를 낳은 어미 개와 갓 태어난 강아지들…. 섬 안의 상황은 섬 밖에서의 상상보다 훨씬 처참했다.

연평도의 반려동물. 이상엽


임 감독은 이번 사진전에 대해 "전쟁이라는 절대적 폭력 앞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인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 단어인지를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하운 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