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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골디락스’ 미소 뒤에 도사린 인플레의 함정

입력 | 2011-01-20 03:00:00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를 보면 골디락스라는 이름의 소녀가 곰이 끓인 세 가지의 수프, 즉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적당한 것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경제 상태에 비유하여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을 의미할 때 골디락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올 1월 한국의 주식시장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과 미국, 중국, 한국의 경기선행지수 턴어라운드 기대감을 바탕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당분간은 이러한 견조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국내외 경기의 회복 신호가 더욱 확산되고 있는 반면에 경기 회복의 반대급부인 비용변수는 아직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골디락스 국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각국의 물가 뉴스를 접하면서도 골디락스라고 칭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경기 회복을 반영한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이는 원자재 중 경기에 둔감한 금과 경기에 가장 민감한 구리의 가격 패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근 4개월 전부터 금보다는 구리 가격의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구리 가격의 강세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이는 최근에 원자재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심리 속에 경기 회복 기대감이 많이 녹아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기업의 원가 부담은 후행적으로 나타난다. 원자재는 일정 부분 재고 물량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위기 이후로는 기업들의 원재료 쌓아두기 의지가 약해졌지만 적어도 1, 2분기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재고가 존재하기 때문에 당장의 걱정거리는 아닌 것이다.

다음으로 골디락스에 ‘단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는 이번 인플레이션의 이면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수요가 증가해서 공급자들은 수요자에게 가격을 전가하기 쉬워진다. 그래서 경기 회복 국면에는 수요 증가를 통해 금리, 유가와 같은 대표적인 비용 변수들의 상승 부담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 회복이 막 시작된 초기 국면이어서 비용 전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선진국의 실업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업률이 높으면 근로자의 임금 교섭력이 약해지고, 따라서 물가 상승만큼 임금 인상을 할 수 없어 선진국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낮아질 수 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경기와 줄타기를 하는 야누스와 같다. 만약 경기의 회복 속도보다 인플레이션의 상승 속도가 빨라진다면 적당한 온도의 수프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이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시간으로 판단된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