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코트위 아빠 보여주고 싶었다”은퇴 후 신감독 설득에 컴백블로킹 5위·속공 4위 ‘펄펄’“아내·아이에게 꼭 우승 선물”
은퇴 후 다시 V리그 코트로 복귀한 대한항공 이영택이 제2의 인생을 살고있다. 15일 우리캐피탈과 경기에서 득점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990년대 중반 문일고등학교는 전국 고교 배구 최강이었다.
한국배구의 미래라 불리는 동갑내기 센터 이영택-기용일(34) 듀오에 필적할 만한 상대를 찾기 힘들었다. 고교 때부터 2m에 육박하는 장신이었던 그들은 거칠 게 없었다.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홍익대-삼성화재를 거친 기용일은 1993년 12월, 현역에서 은퇴해 현재 삼성화재 서귀포지점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실 이영택도 2009년 5월 은퇴를 했었다. 2009∼2010시즌 친정팀 대한항공 전력분석관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가 2010∼2011시즌을 앞두고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신영철 감독의 간곡한 설득이 마음을 움직였다.
“감독님이 이렇게 기회를 주시고 믿어주시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되는 게 없다”고 이영택은 말했다. 신 감독의 승부수는 대성공이었다. 진상헌과 함께 철벽 높이를 구축하며 팀 선두를 이끌고 있다.
대한항공은 세트당 평균 블로킹이 2.86개로 현재 2위다. 개인기록도 준수하다. 현재 블로킹 5위, 속공 4위에 올라 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역시 가족이다. 이영택은 2009년 5월 결혼한 뒤 그 주에 전격은퇴를 했다.
이영택은 합숙을 하고 있어 집에 거의 가지 못한다. ‘나쁜 아빠’ ‘나쁜 남편’이지만 행복하다. “아내 혼자 아기 키우는 게 힘든 걸 알지만 오히려 괜찮다고 안 힘들다고 나를 위로한다. 코트에 설 수 있게 해 준 가족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다. 바로 팀 우승이다. 이영택은 대한항공에서 KOVO 컵(2007년) 외에 정상에 선 적이 없다.
“올 시즌이 절호의 찬스다. 후배들과 꼭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