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부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바닷가가 아니라 요양이나 놀이공간으로서의 바닷가의 발견은 근대 문화의 산물이다. 18세기 중반 부르주아가 사회를 주도하면서 비로소 요양이나 놀이 목적으로 해변을 찾기 시작했다. 유럽 최초의 해수욕장은 1740년 영국 북해 연안 스카버러에 생겼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외제니 황후는 남서부 비아리츠 해안에 궁전을 짓고 해변 휴양문화를 선도했다. 19세기 일본 에도(江戶)시대에 요코하마 인근 가마쿠라(鎌倉)와 에노시마(江の島)는 외국인 거류지 내에 포함돼 있었다. 외국인들이 바다에서 노는 모습은 일본인의 시선을 끌었다.
▷한려해상 다도해 태안해안 변산반도 등 국립공원 내에 있는 ○○ 해수욕장이란 명칭이 ○○ 해변으로 바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그제 “국립공원 해변은 생태 관광자원으로 가치가 높지만 해수욕장이라는 명칭 때문에 여름철 물놀이를 위한 장소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사계절 내내 국립공원을 보고 즐기는 공간임을 강조하기 위해 올 7월 이전에 해변으로 이름을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만리포 해수욕장은 만리포 해변, 변산 해수욕장은 변산 해변이 되는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