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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들의 눈속임 백태

입력 | 2011-01-21 03:00:00

바지주머니에 몰래 구멍 뚫어놓고OB때 다른 공 슬쩍 흘려 ‘알까기’




주말마다 필드를 향하는 남편 P 씨를 둔 자칭 ‘골프 과부’ A 씨. A 씨는 남편의 바지를 세탁하다가 한 쪽 주머니가 터진 것을 발견하고는 동전이라도 흘릴까 싶어 단단히 박음질을 해뒀다. 사실 이 구멍은 P 씨가 라운드 도중 알까기(공을 찾기 힘들 때 갖고 있던 딴 공을 살짝 흘려 플레이하는 행위) 완전 범죄를 위해 일부러 뜯어놓은 것이었다. 부인의 애틋한 내조를 몰랐던 P 씨는 그 바지를 입고 큰 내기 골프를 하다 진땀을 흘렸다. 공이 깊은 러프에 빠져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슬쩍 다른 공을 그 구멍을 통해 투입하려다 낭패를 당한 것. 결국 2벌타를 받고 지갑을 열어야 했던 P 씨는 귀가 후 부부싸움까지 했다. 믿거나 말거나에 나올 사연이 아니라 실제로 대기업 임원이 그 주인공이라고 한다.

골프는 심판이 따로 없고 스코어카드도 스스로 적는다. 순간의 유혹에 빠져 넘어선 안 될 선을 넘기도 한다.

20일 유럽프로골프투어는 신인 엘리어트 솔트먼(28·스코틀랜드)에게 3개월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부 투어 러시아 챌린지컵에 출전했다가 그린에 올라가면 공이 있던 자리가 아닌 곳으로 5차례나 마크를 했다가 동반 선수들에게 발각됐다. 경기 후 동반자들이 스코어카드 서명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고 청문회를 거쳐 징계가 확정됐다.

솔트먼의 행위는 속칭 ‘동전치기’로 불린다. 그린에서 볼 마크를 할 때 조금이라도 컵에 가깝게 붙일 의도다. 어떤 낯 두꺼운 골퍼는 라인을 꼼꼼히 본다며 공을 집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면서 OK(컨시드)를 받을 수 있는 거리까지 근접시키기도 한다.

어떤 골퍼는 골프장을 축구장으로 착각한다. 디봇에 공이 빠지거나 OB 라인을 살짝 벗어나면 좌우를 살피다 공을 툭툭 찬다. 아예 ‘핸드 웨지(클럽이 아니라 손을 쓰는 행위)’로 정상적인 드롭이 아니라 치기 좋은 곳을 향해 공을 스로하는 경우도 있다.

부정행위는 망신 수준을 넘어 참담한 결과를 낳는다. 2008년 대전에서 열린 아마추어대회에선 알까기를 목격한 동반자가 아이언으로 해당 선수를 15군데나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어떤 유명인은 블라인드 파 3홀에서 홀인원을 했는데도 공을 잃어버린 줄 알고 알까기를 했다 나중에 컵에 자신의 공 2개가 들어있는 걸 보고 얼굴이 후끈거렸다.

골프는 에티켓과 명예의 게임이라고 한다.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양심을 어긴다면 더 많은 걸 잃을지 모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