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48주년 맞는 선관위 “진실의 역사 후세에 남겨야”
1987년 대선 구로을 부재자 투표함 부정 시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관된 ‘구로구 투표함 탈취사건’의 투표함. 1987년 12월 16일 13대 대통령선거 당시 탈취당한 뒤 아직까지 개표되지 못하고 있다. 사진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사진 더 보기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투표 당일인 12월 16일 오전 11시 20분경 서울 구로구을 선거관리위원들은 문제의 투표함을 들고 투표장인 구로구청을 나서려 했다. 이때 투표 상황을 감시하러 나온 대학생과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부정투표함이 아니냐는 항의였다. 투표가 진행 중인 시간에 투표함을 옮겼다는 이유에서다.
군중은 순식간에 4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성난 군중은 구로구을 선관위 사무소를 점거하고 선거 관련 서류들을 불태워 버렸다. 이날 밤에는 야당 당원들까지 합세해 구로구청에만 1000여 명이 운집했다.
구로구을 선관위는 고심 끝에 투표함을 열지 않고 무효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선거 관련 서류가 모두 소실돼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논란은 더 커졌다. 야당은 선관위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이듬해 국회에 선거부정조사특위까지 구성됐다. 검찰 수사나 국회 조사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이 사건으로 구속된 3명이 민주화운동가로 인정됐다. 선관위는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에 “투표함 탈취는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20여 년이 흘렀다. 선관위 내부에서는 이제라도 투표함을 개봉해 24년간 묵은 숙제를 그만 털어버릴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위 간부들은 “다 지난 일을 다시 끄집어내 논란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투표함 개봉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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