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전 외무부 장관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과 협력 관계에 있는 한편 외교안보적 측면에서는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호간의 안보 및 군사정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장군멍군식의 군비 경쟁에 임하고 있다.
이렇듯 안보 분야에서의 경쟁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미중 양국이 갈등보다는 협력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양국은 다 같이 한반도에서 전란이 확대(escalate)된다든가, 불안정한 상황이 야기된다든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와 운반수단이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공동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가, 또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과 이해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 문제는 일촉즉발까지 갈 뻔했던 최근의 상황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등으로 인해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등장하였다.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그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북한 핵을 동결시키고 관리하는 등 그나마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6자회담이라는 데는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또 6자회담이 열리고 있는 동안 북한이 도발행위를 자행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6자회담을 재개함으로써 북한의 과거 도발행위 등에 면죄부를 준다거나, 현재도 진행하고 있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핵 활동을 기정사실화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이러한 어렵고도 때로는 이율배반적인 문제들을 풀어 나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발표된 문안 자체보다는 양국이 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공동의 인식하에 후속 조치를 어떻게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핵 없는 세상을 제안한 오바마 대통령과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회담의 진전을 외교적 성과로 보는 후 주석의 역사적 회동이 요동치는 동북아의 새 질서를 향한 의미 있는 계기로 판명될 것인지 한국민과 세계가 모두 주목하고 있다.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전 외무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