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未知)-샤오수핑(肖淑萍). 그림 제공 포털아트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지구 전체의 거대한 신경망 역할을 합니다.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신인류가 하나의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정보와 동영상을 자유자재로 공유합니다. 많은 나라의 일급기밀과 첩보사항을 공개한 위키리크스도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정보 독점과 악용을 통해 23년 동안 국민을 기만한 튀니지 부패정권을 붕괴시키는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세상에는 거대한 디지털 감시체계가 형성되었습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초상권, 정보관리통제권 등 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해일처럼 밀려오는 디지털 혁명의 물결은 어느 누구도 가로막기 힘들어 보입니다. 모든 개인이 ‘감시’와 ‘처벌’의 양면성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문제 인물을 찍어 올릴 수 있는 감시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본인도 만인에게 노출돼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말한 판옵티콘(panopticon)이 섬뜩하게 되살아나는 지점입니다. 디지털 문명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작용하는 것,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것으로 또 다른 권력을 창출한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말하건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습니다. 우리 조상은 예부터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는 말을 자주 썼습니다. 자고로 세상에는 숨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늘과 땅만 아는 게 아니라 공기도 알고 햇살도 알고 어둠도 알고 바람도 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없이 자유롭고 자연스러워집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세상에 대해 숨길 것이 없어질 때 감시기능을 지닌 모든 카메라는 비로소 무용지물이 됩니다. 생명의 근원은 숨길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는 온전함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