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알제리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 점화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튀니지에서 옛 집권여당의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예멘 알제리 등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아랍권이 ‘튀니지발 민주화 열기’에 휩싸일 경우 그 파장은 지구촌 전체의 정치·경제적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재스민 혁명은 미완성
현재 국가비상사태가 발령된 튀니지에서는 3명 이상 집회가 금지돼 있으나 22일 전국에서 독재정권하에서 10여 년간 총리를 지냈음에도 다시 중용된 무함마드 간누시 총리 퇴진과 내각 사퇴를 요구하는 수천 명의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는 경찰 수백 명까지 동참했다. 경력 5년의 경찰관 리다 바르 씨는 “내 손에 순교자들의 피를 묻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AFP통신은 ‘많은 튀니지 국민들은 독재정권을 붕괴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며 핵심은 옛 집권여당의 해체라고 지적했다.
○ 아랍권으로 번지는 민주화 바람
아랍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예멘에서도 22일 32년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정부를 긴장시켰다. AP통신은 이날 시위는 대통령을 겨냥한 사실상 첫 번째 대규모 시위로서 튀니지 혁명의 영향을 받아 일어났다고 전했다. 살레 대통령은 튀니지 시민혁명 직후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소득세 절반 삭감과 물가 인상 통제를 명령했다. 그러나 이날 2500여 명의 시위대는 살레 대통령을 튀니지의 축출된 독재자 벤 알리 전 대통령에 비유하며 “대통령에서 물러나라. 친구인 벤 알리와 함께하라”고 외쳤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에 나서 30여 명을 체포했다.
튀니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알제리에서는 22일 폭동진압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해 40여 명이 부상했다. 수백 명의 시위대는 이날 수도 알제의 중심가에서 집회금지 법에 반발해 거리행진을 벌이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에 돌과 의자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시위를 주도한 야당인 문화민주행동당(RCD)은 이날 당사 발코니에 알제리 국기와 함께 튀니지 국기를 내걸었다. 시위대는 장기 집권 중인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뜻하는 ‘부테프 아웃’을 외쳤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