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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20% 진료비… 영어 구사 의료진… “인도병원, 원더풀”

입력 | 2011-01-24 03:00:00

의료관광 선두주자 포티스-아폴로 병원 2곳 가보니




《인도의 의료관광객은 2005년 17만 명, 2006년 20만 등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의료관광시장 규모도 2006년 3억 달러에서 2012년 23억 달러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의료관광시장은 인도 전체 의료시장에서 3∼5%. 아프리카 중동 인도네시아 터키 등의 환자가 주 고객이다. 최근엔 미국이나 영국의 환자도 늘어난다. 이상규 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인도 의료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면서 “평균수명 연장과 소득 증가에 따른 중산층의 확대로 1인당 의료비 지출도 2005년 37달러에서 2010년 53달러로 계속 늘었다”고 말했다.》

아폴로병원은 천장이 유리여서 하늘이 보인다. 환자와 가족을 위해 식당과 카페가 들어선 것은 국내 병원과 비슷하다. 델리=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 관광 유치 실적 많은 병원

해외 관광 유치의 성공 요인은 연간 3만 명에 이르는 풍부한 의사와 간호사. 의사 월급도 공공기관은 2000∼3000달러로 낮은 편이다. 민간병원은 1만5000∼2만 달러 수준이다.

의사 간호사 및 의료검사 보조인력 모두가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아폴로병원 의사의 20%는 미국 영국에서 공부했거나 근무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의료비용이 미국의 5분의 1∼10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가령 관상동맥우회술(심장수술)은 인도에서 7000달러이지만 미국은 10배인 7만 달러다.

외국인 환자는 불임 심장병 위장질환 암 무릎관절질환을 치료하려고 많이 찾아온다. 인도의 영리병원은 전체 병원 5097개의 3%(150개).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뉴델리 뭄바이 등 신흥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라지브 싱한 포티스병원 행정원장은 “세계적으로 진단방사선 분야의 의사가 부족해 인도의 의료영상 원격진료 전문회사는 미국 소재 50개 병원의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영상을 원격으로 판독하는 서비스를 한다”면서 “수술 뒤엔 환자가 직접 병원에 오지 않아도 화상 상담을 통해 관리를 받는다”고 말했다. 병원과 환자 모두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는 셈.

투자개방형 병원은 소수의 돈 있는 사람을 위한 의료에만 승부를 걸진 않는다. 라만 사르다나 아폴로병원 의료서비스 책임자는 “전체 수입의 10%는 돈 없고 가난한 환자를 위해 사용한다. 아폴로병원 병상 670개 중에서 150개는 항상 무료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 국제적 인증 받았지만 시설은 열악

인도의 유명 투자개방형병원은 대부분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았다. JCI 인증을 받은 병원이라면 일반인은 호텔 같은 시설을 생각한다. 하지만 인도의 대표적인 JCI 인증 병원인 포티스병원이나 아폴로병원을 둘러보면 복도가 좁고 불편해 현대식 건물과는 거리가 멀다.

박준영 을지대 총장은 “중환자실에 음압장치, 소독시설이 완벽하지는 않아 JCI 인증 병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열악했다. 한국에서는 JCI 인증을 받으려고 시설에 과잉 투자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사선 검사 장비, 즉 CT나 MRI를 한쪽에 몰아놓거나 환자실 가운데 의료진을 배치해 360도에서 환자를 볼 수 있게 하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병원은 임상적인 면에서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외부와 내부에서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은 “JCI는 소방대책, 탈출 경로 등 최소의 규정에 충실한 것이지 시설의 우월성을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치료를 위한 본질적인 면에만 투자를 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의료관광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의 의료 브랜드가 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이 큰 문제.

이황 우리들병원 해외마케팅 팀장은 “연평도 사건이 터졌을 때 의료관광을 오려던 외국인 환자들이 전쟁이 난 줄 알고 다 취소했다. 아직도 인근 나라에서는 한국을 휴대전화, 평면TV를 잘 만드는 나라로 알지, 한국에도 의료가 있다는 점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상일 양지병원장은 “인도나 태국처럼 병의원 광고가 허용되는 곳엔 언론을 활용해 한국의 의료 브랜드를 적극 홍보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한국 드라마 같은 문화를 이들 나라에 수출해 한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에게 홍보하기 위한 책자에 치료비 관련 내용을 넣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인도의 병원은 건강검진 비용과 백내장수술 비용 등 의료검사나 수술비를 안내책자에 자세히 소개한다. 이런 내용을 홈페이지에도 올려놓는다.

유인상 뉴고려병원 부원장은 “우리나라는 의료 비용을 공개하는 일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병원마다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메뉴판을 보듯이 비용을 공개해야 외국인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자도 걸림돌이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3개월간 유효한 의료용 비자를 받으려면 서류 10여 가지를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관광 비자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인도는 1년간 유효한 의료 비자를 바로 내준다.

델리=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