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고드름 제거중 쇠줄 끊겨… 1명은 골절상耐用연수 4년초과… 유가족 “또다른 사고 막아야”
최근 강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민 요청에 따라 고층아파트 고드름 제거에 나섰던 소방관 2명이 고가사다리차에서 떨어져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났다. 22일 오후 5시 10분경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한 아파트 14층에서 고가사다리차 승강기를 타고 고드름을 제거하던 광산소방서 이석훈 소방교(36)와 노은호 소방사(28) 등 2명이 승강기 줄이 풀리면서 20여 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이 소방교는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노 소방사는 다리 골절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는 승강기와 사다리를 연결하는 쇠줄이 갑자기 끊어지면서 철제 승강기박스가 추락해 일어났다.
이 소방교의 부친 이춘헌 씨(65)는 “19년 된 사다리차에서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니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석훈이가 나오지 말라는 법 있느냐”며 “또 다른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손쓰지 말고 지금이라도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사고 난 고가사다리차는 1992년 11월 구입한 장비로 15년인 내용연수(耐用年數)를 4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 달 전 안전검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광주시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내용연수는 소방방재청의 ‘소방장비 내용연수 지정고시’에 따라 해당 연수가 지나면 예산사정에 따라 교체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따라서 내용연수를 넘겼다고 모두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23일 오전 고 이석훈 소방교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하남성심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광주시는 이 소방교를 순직 처리하기로 했다. 또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후 장비 교체 등 소방공무원의 근무환경 및 제도 개선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고 이 소방교 장례식은 25일 오전 9시 광주 광산구 하남성심병원 장례식장에서 광산소방서장으로 열린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