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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문에 타락 군수 됐습니다”

입력 | 2011-01-24 03:00:00

14억 수뢰혐의 민종기 전 당진군수, 항소심 최후진술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는데, 이렇게 죄인이 돼 다시 한 번 불효를 하게 됐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목이 메어 옵니다.”

21일 오후 4시 대전법원 316호 법정에서는 군수 재직 중 14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종기 전 충남 당진군수(사진)의 항소심이 열렸다. 업무 추진력이 강해 ‘돌격 군수’로 이름났던 그는 이날 감정을 못 이기는 듯 최후진술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꼈다.

“30년 공직생활 동안 ‘뇌물은 독약’으로 알고 살았으나, 차기 선거 준비를 하다 보니 타락한 군수가 됐습니다. 너무 후회스러워 죽으려고도 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명예는 물론 인간관계까지 무너졌다며 “형기를 마친 뒤 깨끗한 모습으로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민 전 군수는 또 “(지금)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고 (자신의 처지가) 전혀 현실인 것 같지가 않다”며 수형생활에 대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내는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큰딸은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며 “죄가 무겁지만 군수 시절 업적도 많은 만큼 선처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민 전 군수는 2008년 1월 당진지역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던 건설업자에게 인허가를 조건으로 경기 용인의 70평형 아파트 분양대금 12억2000만 원을 대납시키는 등 모두 3건에 걸쳐 뇌물 14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런 사실이 지난해 4월 말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나자 위조 여권을 이용해 해외로 도피하려다 실패한 뒤 잠적 5일 만에 검찰에 검거됐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1년에 벌금 7억 원, 재산몰수 및 추징 14억 원의 선고를 받았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