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 문화예술상’ 받은 장종환 서울 마포 도화동장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린 ‘2010 홍대 앞 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도화동 장종환 동장(가운데)이 그룹 ‘체리필터’ 멤버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마포구
○ 큰형님의 수상
“자유로운 예술인들이 공무원에게 상을 준다는 것. 저도 놀랐습니다. 아무래도 ‘관’에서 홍익대 앞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말은 그렇게 해도 그는 이날도 홍익대 앞 문화를 즐기기 위해 ‘완전군장’을 하고 나타났다. 사단법인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윤현식 씨와 함께 곧 있을 4인조 록 밴드 ‘체리필터’의 공연을 보기 위해 달려온 것. 재킷, 정장바지 등은 곧 티셔츠와 청바지로 바뀌었다. 장 동장이 홍익대 앞 예술인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부터. 당시 마포구 기획예산과장을 하고 있던 장 동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응원 장소로 젊은이들이 홍익대 앞을 즐겨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곳에 인디 문화, 대안 예술 공간 등 ‘콘텐츠’가 있다는 사실을 안 장 동장은 공연기획가 류재현 감독, 김백기 KOPAS 대표 등을 만나 홍익대 앞 문화 발전 모임인 ‘마포포럼’을 만들었다.
2005년 마포구 문화체육과장이 된 그는 당시 건물 임대료가 비싸져 중소 클럽들이 홍익대 앞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구 공무원들을 데리고 일렉트로닉 클럽 ‘카고’를 방문했다.
“클럽 문화에 생소한 직원들 중에 편승엽의 ‘찬찬찬’, 송대관의 ‘차표 한 장’ 같은 노래 없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클럽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무슨 부흥대책을 낼 수 있을까요. 우리(공무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날부터 직원들과 정기적으로 클럽을 다녔죠.”
○ 문화 생산자를 지켜야
그는 홍익대 앞 예술인들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그중 하나가 매년 한강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 유치. 2005년 홍익대 앞에서 처음으로 ‘인디 록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시끄럽다는 민원이 빗발쳐 행사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장 동장은 서울시로 찾아갔다.
“처음엔 한강 주변 공원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답을 들었죠. 그래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 중 하나인 ‘문화’를 강조해 설득했죠. 공원 훼손보다도 인디 록 밴드 공연이 울려 퍼지는 서울시의 모습이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마포구청을 떠나서도 ‘문화정책’은 이어졌다. 2008년 염리동장을 하던 당시 주민들과 함께 문화공연을 해보겠다고 나선 그는 한 극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본을 부탁했다.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은 주민들을 섭외했고 공연 포스터와 홍보 모두 주민들이 직접 하게끔 했다. 그렇게 시작한 염리동 연극 ‘마포 사는 황부자’는 3년째 염리동에서 가장 큰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홍익대 앞 문화를 이끌고 나가는 문화 공급자들이 떠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이죠. 그들이 없으면 미래의 홍익대 앞 문화도 없을 것이니까요. 이들을 위해 역대 홍익대 앞 예술인 전시관을 만드는 게 소원입니다. 문화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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