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논설위원
이 싸움은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가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지난해 11월 23일 ‘북괴 도발 연평도 갤러리’를 새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날 오후 10시 38분 이 갤러리에 한 누리꾼이 ‘그거 검문해서 올리는 모양인데 세로 드립 치면 안 됨? 나 세로 드립 쳤는데 왠지 통과될 거 같은데’라는 글을 올렸다. 드립은 ‘즉흥적으로 대사를 하거나 연주하는 것’을 뜻하는 애드리브를 줄인 말이다.
우리민족끼리를 운영하는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중국 선양(瀋陽)에 이 사이트를 관리하는 사무소를 두고 있다. 외부에서 보내온 글을 검열해 게시판에 올리는 일도 이 사무소의 업무다. 이 누리꾼은 세로로 읽으면 전혀 다른 뜻이 나오는 글을 우리민족끼리에 보낸 뒤 검열을 통과할 것 같다고 내다본 것이다. 드디어 지난해 12월 6일 게시판에 기발하게 ‘끼’자를 처리한 아래와 같은 4·4조 가사가 실렸다.
소식통에 따르면 세로 드립을 발견한 것은 주중 북한대사관이었다고 한다. 12월 8일 주중 북한대사관이 평양에 알리자 300여 회쯤 클릭된 이 글이 삭제되고 우리민족끼리도 이틀간 폐쇄됐다. 그리고 올해 1월 6일 디시인사이드를 향한 디도스 공격이 있자, 1월 8일 누리꾼들이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하는 반격을 가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민간인 해킹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북한의 방어 능력이다. 작금의 남북관계는 북한이 주도하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일으켰던 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때리고 어르는 북한의 공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려다 보니 우리만 힘들어진다. 디시인사이드 사례는 이 구도를 깨라는 주문이다.
미국 공군의 F-22 스텔스 전투기가 쥐도 새도 모르게 침투해 김일성 시신이 있는 평양의 금수산 기념궁전을 ‘상징적’으로 폭격하고 빠져나오면 어떻게 될까. 우리 잠수함이 북한의 마양도나 비파곶 앞바다에 매복해 있다가 작전에 나선 북한 잠수함을 격침시키고 빠져나와 시치미를 뚝 떼버리면 어찌 될까. 평양에서는 아마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일 뿐만 아니라 이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북한에 휘둘리기만 하면서 북한 급변사태를 논하는 것은 탁상공론이다. 유명한 영국 공수특전단(SAS) 모토가 ‘Who dares wins(대담하게 시도하는 자가 이긴다)’다. 청해부대의 최영함도 대담한 시도를 했기에 삼호주얼리호를 구할 수 있었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