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못찾은 600조 자금 ‘매복’
초저금리가 계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헤매던 시중의 부동자금이 600조 원을 넘겼다는 분석이다. 과연 이 자금이 증시를 향하게 될지, 아니면 ‘눈치 보기’ 속에 계속해서 단기 예금상품을 오가며 떠돌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부동자금이란 시장에 유동 중인 대기성 자금을 뜻합니다. 부동산이나 증시 등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숨어 있는 자금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비슷한 용어로 단기 부동자금이란 것이 있습니다.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개예탁금 등 금융사에 맡겨진 1년 미만의 수신성 자금들을 합친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중의 부동자금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요. 2010년 10월 말 현재 수시입출금식예금과 요구불예금, 현금통화, MMF, 양도성예금증서(CD), 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6개 항목의 자금을 합친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556조3989억 원입니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9년 12월 583조265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보이다 지난해 5월 567조4919억 원, 6월 576조9372억 원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다 10월 들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현재 은행권에 묶여 있는 50조 원 규모의 정기예금 만기가 올해 1분기까지 집중적으로 도래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 말까지 만기를 맞게 되는 은행권의 정기예금 규모는 총 50조4523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은행권의 전체 정기예금 잔액인 515조3298억 원의 10%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결국 대략 600조 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시중을 떠돌고 있다는 말입니다.
풀린 돈이 많다 보니, 올 들어 시중 은행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을 재유치하려고 고금리를 얹은 특판예금을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굳이 금리 경쟁에 나서 자금을 유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은행권의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한 상당수 투자자는 다시 예금에 돈을 묶어두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처럼 시중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갈 곳을 잃은 자금의 향방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제든 찾아서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날 경우 고수익 투자처로 한꺼번에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경제를 불안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 자금의 부동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식시장은 고점 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부담스러운 반면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침체 국면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시중 자금이 금융권, 주식, 부동산 등으로 조금씩 분산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