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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입력 | 2011-01-25 03:00:00

“여유자금 64조… 해외보다 한국증시에 더 투자”




《 증시가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 동향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2년간 한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외국인들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의 상승 탄력이 많이 떨어진 양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도 상승 국면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순수 국내 자금이 어느 정도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는 주요 연기금의 최고경영자(CEO)를 시작으로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CEO 등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대표적 증시 전략가들과의 인터뷰를 연재한다. 》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과거 20년 평균 7.3%인 연 투자수익률을 2%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다”며 “수익률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국민연금공단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와 산업분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 나가겠습니다. 해외 투자대상을 발굴하기 위해 5년 안에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홍콩에도 해외사무소를 설치하겠습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9일 서울 중구 충무로 국민연금 중구지사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새해 투자계획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12.4%인 해외투자비중을 2015년 말까지 약 20%로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뉴욕에 사무소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런던 HSBC빌딩 투자 등 해외부동산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수익성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위험성이 높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에 대해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자금인 만큼 안전하게 운영해야 하지만 투자수익률을 높여 기금의 고갈을 최대한 늦춰야 하는 임무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중국 등 성장성 높은 신흥국시장 투자도 더 늘리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주식투자 비중을 지난해 22.1%에서 올 연말까지 24.6%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 증시에는 6조9000억 원, 해외 증시에는 5조4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측은 이렇게 신규 투자하면 올해 예상 수익률을 감안할 때 연말쯤이면 국내 주식비중이 지난해 17.0%에서 18.0%로, 해외 주식비중은 5.1%에서 6.6%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이사장은 “채권이 대세이던 과거와 달리 주식비중이 늘면서 주식 운용을 위해 자체 인력도 확충하고 있지만 위탁운용 비중을 당분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2%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09년 10.39%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기금을 운용한 이래 처음 맞는 기록이다.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주식부문 수익률이 좋은 측면도 있었지만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채권부문의 성과가 좋았던 덕분이다.

전 이사장은 “채권이 지나치게 안정적인 투자이다 보니 주식이나 대체투자에서 고수익을 내야 총투자수익률을 최소 7%로 맞출 수 있다”며 “위험 대비 수익이 높은 투자처를 발굴하기 위해서라도 해외사무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글로벌 경기회복에 맞춰 값이 뛰고 있는 원자재 투자에도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전 이사장은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원자재회사 주식을 사거나 개발 컨소시엄에 참가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투자구조를 잘 맞춰보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성과를 나눠 먹을 수 있는 투자처가 많고, 이미 여러 곳과 이야기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연금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을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10%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전 이사장은 “현재로서는 특정 은행이나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늘릴 계획은 없다”면서도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재무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영진에 대해서는 국민의 돈을 대신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