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10시 25분 아시안컵 4강 ‘숙명의 한일전’ 관전 포인트
기성용(상단 왼쪽), 25일 10시 25분 카타르 도하(KBS2 생중계)(상단 오른쪽), 엔도 야스히코(하단 왼쪽)
○ 강한 ‘창’, 불안한 ‘방패’
각각 네 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국은 91번의 슈팅에서 8골, 일본은 54번의 슈팅에서 11골을 넣으며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두 팀은 팀 득점 1,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수비는 양팀 모두 공격력에 비해 덜 견고하다는 평가다. 특히 한일전에선 양팀의 주전 수비수 한 명씩이 나오지 못해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이다.
일본은 주전 중앙 수비수 요시다 마야가 카타르와의 8강전 때 반칙으로 퇴장을 당해 이 경기에는 못 나온다. 또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 주전으로 뛴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도 이번 대회에서 반칙으로 퇴장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수비수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정수가 경고 누적으로 일본전에 나오지 못한다. 그 빈자리에 황재원 곽태휘가 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곽태휘는 이번 대회에서 두 번이나 페널티킥을 내줬다.
○ 최고의 ‘허리’는 어느 팀
현대축구에서 경기의 주도권은 결국 허리 싸움에서 갈린다. 한국은 구자철을 꼭짓점, 그 뒤에 이용래 기성용을 밑변으로 강력한 삼각편대를 형성해 이번 대회에서 위력을 점점 더해가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기성용은 한국 공격의 시작점이자 상대 공격의 일차적인 차단막이기도 하다.
한국과 같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일본 측 혼다 게이스케-하세베 마코토-엔도 야스히코의 허리진도 만만치 않다. 특히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는 엔도는 이번 대회까지 A매치 104경기를 치른 베테랑이다. 일본 특유의 템포 빠른 공격이 그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전방에서부터의 강한 압박, 미드필더에서 나오는 정교한 패싱게임 등 ‘스페인 축구’를 지향하는 조광래 감독과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이면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는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의 벤치 싸움도 볼거리. 두 감독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맞붙은 친선경기에선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도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제2의 산소탱크’ 이용래▼
이란전 양팀 최고 14.685km 뛰어… 프로 번외 지명 무명의 성공신화
“이번 대회에서 주전으로 뛸 줄은 나도 몰랐다”는 이용래는 기성용(22·셀틱)과 함께 전 경기 선발 출전하며 한국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용래는 기성용과의 호흡도 점점 잘 맞추고 자신의 활동 범위도 갈수록 넓히고 있어 코칭스태프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한국엔 최대 고비였던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까지 120분간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4.685km를 뛰었고 슈팅도 한 차례 시도했다. 175cm의 작은 체구지만 덩치 큰 이란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란전 최우수선수상은 그의 차지였다.
이번 대회에서 이용래의 등장은 굉장히 극적이다. 지난해 12월 대표팀이 제주 소집훈련을 시작할 때 그의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뒤늦게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에 그가 최종 엔트리까지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훈련 기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조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결국 국가대표팀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용래는 청소년대표 경력이 있지만 고려대 진학 이후 잦은 부상으로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해 2009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지명을 받지 못했다. 당시 경남 감독이던 조 감독이 번외 지명으로 뽑았다. 한때 무명 선수에 불과했던 이용래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이었던 시리아와의 평가전 때부터 주전 기회를 잡으면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도하=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태극전사 꿈꿨다 태극전사 겨누는…▼
日대표 이충성 “한국전 출전해 골 넣고 싶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10시 25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경기장에서 일본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일본 대표팀에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지닌 선수가 있다. 바로 리 다다나리라는 이름이 새겨진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 대표팀 이충성(26·히로시마·사진)이다.
▶본보 2010년 12월 27일자 A25면 참조
이충성은 재일교포다. 그리고 한국 축구대표 선수를 꿈꿨다. 문턱까지 갔다. 2004년 한국 18세 이하 대표팀에 소집됐다. 하지만 어눌한 말투와 일본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이충성은 2007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일본의 주전 공격수로 뛰었고 일본 성인 대표팀으로는 이번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
일본이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이긴 뒤 이충성은 “4강전에서 뛰고 싶다. 출전 기회를 주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시리아와의 조별리그 경기를 마치고 나서도 “한국과 꼭 경기를 해보고 싶다. 한국, 북한과 경기하는 것을 예전부터 바라고 있었다. 경기에 나가게 되면 꼭 골을 넣고 싶다”며 한국전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얄궂은 운명을 지닌 이충성의 플레이에 양국 축구팬들의 희비는 엇갈릴 수밖에 없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