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더 들여 키워놨는데… 발생지 가깝다고 무조건 매몰, 보상액은 일반농가와 같아”
전남지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역당국과 일부 축산농가가 방역방법이나 매몰처분 보상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전남도는 25일 나주 여수 영암 장흥 보성 화순 등 6개 시군 21곳의 오리, 닭 사육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보성군 웅치면과 영암군 학산면 오리농장 2곳에서 AI의심 신고가 접수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영암군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지 22일이 지나면서 매몰처분한 오리와 닭이 319만 마리(156농가)에 이른다. 피해액도 23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에 동원된 공무원들도 지쳐가고 있다. 심지어 한 공무원이 숨지기도 했다. 심상대 보성군 녹차육성담당(58)이 24일 오전 10시경 군청 3층 녹차산업과 사무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50분 만에 숨졌다. 심 씨는 23일 AI 판정을 받은 보성군 노동면의 한 오리농가에서 오리 1만4000마리를 매몰처분했다. 그는 평소에는 구제역 방역작업에도 참여했다. 보성군 관계자는 “심 씨가 지난해 말 받은 건강검진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며 “AI나 구제역 등에 따른 과다한 업무 때문에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 나주경찰서는 AI 발생 경계지역 안에서 병아리 40만 마리를 입식한 농가 5곳을 가축전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대형 가공업체가 병아리 입식에 관여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