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먹기 대회 선수’라는 다소 이색 종목의 챔피언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다뤘던 에피소드 중 하나다. 챔피언의 꿈을 가진 젊은 유망주가 승리를 위해 부상을 숨기고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했다가 선수 생명 자체를 잃어버리는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반복된 내용.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편협한 시야가 장기적인 인생 레이스를 망치는 것이다.
환경에도 비슷한 예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집단 수은중독 사건’으로 유명한 미나마타병. 공장에서 배출한 메틸수은이 바다를 오염시키면서 1956년 인근 주민들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살리기 위해 오로지 발전만을 위해 내달리던 일본은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공장들에 책임을 묻는 대신 사건을 은폐하기 바빴다. 일본 정부가 메틸수은이 미나마타병의 원인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2년이나 지난 1968년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각종 기름 유출 사고나 불법 폐기물 매립을 관련 당국이 알고도 모른 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람이든 환경이든 이상 증상이 감지된다는 것은 일종의 경고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있어서 인간은 때론 참으로 둔감하고 아둔하다. 초기 경고를 무시하다가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겪고도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니 말이다.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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