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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세이/이은희]자연의 경고 무시하면 재앙온다 ‘日수은중독 은폐 사건’의 교훈

입력 | 2011-01-26 03:00:00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영어를 할 줄 모르는 동양계 젊은 여성이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왔다. 진단 결과 그녀는 식도에 부분 파열이 있는 상태. 의료진은 당장 수술을 권했지만 그녀를 데리고 온 남자는 그녀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을 이용해 그녀를 안심시킨 후 퇴원시켰다. 그녀는 그날 오후 다시 병원으로 실려 왔다.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은 것. 알고 보니 그녀는 유명한 먹기 대회 챔피언이었으며 남자는 그녀의 코치였다. 코치는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유명한 먹기 대회 참가를 위해 영어를 못 하는 그녀를 속였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무리한 출전 준비로 식도가 완전히 파열돼 다시는 예전처럼 먹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먹기 대회 선수’라는 다소 이색 종목의 챔피언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다뤘던 에피소드 중 하나다. 챔피언의 꿈을 가진 젊은 유망주가 승리를 위해 부상을 숨기고 무리하게 경기에 출전했다가 선수 생명 자체를 잃어버리는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반복된 내용.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편협한 시야가 장기적인 인생 레이스를 망치는 것이다.

환경에도 비슷한 예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집단 수은중독 사건’으로 유명한 미나마타병. 공장에서 배출한 메틸수은이 바다를 오염시키면서 1956년 인근 주민들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살리기 위해 오로지 발전만을 위해 내달리던 일본은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공장들에 책임을 묻는 대신 사건을 은폐하기 바빴다. 일본 정부가 메틸수은이 미나마타병의 원인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2년이나 지난 1968년이다.

사실을 숨긴 대가는 컸다. 약 12년 동안 1만 명에 달하는 미나마타 시의 주민들이 수은 중독으로 죽어갔다. 결국 미나마타라는 일본의 지명은 환경오염질환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각종 기름 유출 사고나 불법 폐기물 매립을 관련 당국이 알고도 모른 채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람이든 환경이든 이상 증상이 감지된다는 것은 일종의 경고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있어서 인간은 때론 참으로 둔감하고 아둔하다. 초기 경고를 무시하다가는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겪고도 아직까지 깨닫지 못하니 말이다.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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