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신안태평천일염의 한국바둑리그 우승을 보고
지난해 3월, 전남 목포 유달산 자락에 깃든 신안군청 대강당은 모처럼 찾아온 서울 손님과 군민들로 북적였다. 신안태평천일염의 한국바둑리그 팀 참가 조인식이 열린 날이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감독을 맡은 이상훈 7단에게 “성적은 끝에서 두 번째 정도 하고 선수들의 하모니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이 7단은 상기된 표정으로 군민들의 뜨거운 박수에 답례했다. 하지만 박 군수의 말대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재정 자립도가 가장 낮은 신안군에서 용써서 참가한” 터라 그날 이 감독은 부담백배였을 것이다.
2009년 창단 첫해 신안팀은 이세돌 9단의 리그 불참과 휴직으로 이 9단 없이 시즌을 치러 5위를 했다. 두 번째 도전인 2010 리그에는 이 9단이 복귀해 고향팀 주장으로 합세했다. 이 9단은 16승 2패라는 리그 최고의 성적으로 친형 이상훈 감독이 마음의 짐을 더는 데 큰 몫을 했다. 신안팀은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4위 하이트진로를 따돌리고 2위 충북건국우유마저도 제물로 삼았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신안팀은 정규시즌 1위 한게임을 상대로 최후의 일전을 펼쳤다.
23일 펑펑 내린 눈에 파묻힌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은 신안군 주민들로 북적였다. 신안 어린이합창단과 군민들이 눈길을 헤치고 대거 상경해 응원전을 펼친 것이다. 그들은 신안팀의 진정한 구단주였다.
최종국이 끝난 순간 공개해설장에 있던 박 군수가 검토실로 달려와 이상훈 감독을 얼싸안았다. 박 군수는 이 감독을 “최고의 감독”이라 치켜세웠다. 이날 시상식에서 이 감독은 “지난 1년간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들의 팀워크와 군민들의 열정이 일군 우승이었다. 박 군수도 더할 바 없는 지역 홍보효과를 거뒀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시상식의 피날레는 ‘구단주’들이 장식했다. 하나둘 무대로 올라온 그들은 선수들에게 신안군에서 가져온 꽃다발을 선사했다. 진한 꽃향기 속에 남도의 따스한 기운이 한겨울 박물관 발치까지 다가서 있었다.
이세신 바둑TV 편성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