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으로 취업뚫기]NHN박상윤-송예슬 씨

관심, SW개발-웹디자인 독학… 열정, 인턴과정 밤새워 팀작업

한게임 캐릭터 쿠션을 든 송예슬 씨(왼쪽)와 네이버 캐릭터 모자를 쓴 박상윤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NHN 본사 그린팩토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처음에는 예쁜 본사 건물에 반하고, 입사 뒤엔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에 푹 빠졌다는 신입사원들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중학교 때 독학으로 C언어(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면서 소프트웨어(SW)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저도 중학교 때였는데 선생님과 학교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꼈어요. 그때부터 혼자 공부하며 짬짬이 웹디자인 아르바이트도 했죠.”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푹 빠져 지냈던 박상윤 씨(26)는 SW 개발자가 됐고, 웹디자인 공부로 밤잠을 설쳤던 송예슬 씨(24·여)는 사용자경험(UX) 디자인 연구원이 됐다. NHN 신입사원으로 24일부터 정식 근무를 시작한 두 사람은 인턴십을 거쳐 학창 시절 꿈을 이뤄냈다. 》
NHN 인사 담당자는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보기 위해 지난해부터 인턴십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취업을 위해 쌓은 ‘스펙’이 아니라 전공 분야에 대한 열정을 원하는데 두 사람은 그런 기준에 딱 부합한다”고 말했다.

○ 관심 분야 찾아 기회 ‘덥석’

박 씨는 대학에서 정보제어공학을 전공했고, 송 씨는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전공으로 치면 관심 분야였던 프로그래밍, 웹디자인과는 거리가 멀다.

“입시 준비를 하면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정보제어공학과를 택했어요.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에 가길 원하셨거든요.” 박 씨는 대신 대학시절 내내 동아리와 연구소 등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는 “로봇학 관련 지식 덕분에 공학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교(架橋)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꿈에 부풀었다.

송 씨는 문헌정보학과 함께 생활디자인을 복수 전공했다. “문헌정보라는 게 정보를 수집해서 가공하고 유통시키는 일이잖아요. 웹디자인 역시 정보를 시각화하는 작업이라 유기적으로 연계가 돼요.”

두 사람이 NHN 인터십에 지원한 동기도 비슷하다. 송 씨는 “인턴 선발과정에 ‘사용자 경험 디자인 체험연수(UXDP)’라는 게 있는데, 취업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 좋아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라 탐이 났다”고 말했다. 박 씨도 “NHN의 교육 프로그램 중에 ‘SW 예비 멤버십’이 있는데, 컴퓨터 비전공자들을 위한 집중 교육 프로그램이어서 우선 여기에 참가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돌이켰다.

○ 인재 양성 프로그램에서 끼 발산

박 씨는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등을 거쳐 SW 예비 멤버십 과정에 합격했다. 5개월간 이론 교육과 팀 프로젝트 실무를 병행했다.

“보통 다른 팀은 5명이었는데 우리는 4명이었어요. 게다가 한 명은 국문학을 전공했지요. 그 팀원은 자신이 도움이 안 될까 봐 걱정이 많았어요. 제가 팀장이었는데, 국문학 전공자도 참여할 수 있는 과제가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개별 웹 검색 솔루션’을 개발하기로 했죠. 결과적으로 영어 기반의 색인 엔진을 국어 기반으로 바꾸는 데 그 팀원이 큰 도움이 됐어요. 팀 작업의 가치를 알았던 경험이었습니다.” 박 씨는 최우수 성적으로 예비 멤버십을 수료했고, 서류심사 없이 인턴십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송 씨는 UXDP 워크숍 면접에서 인상 깊은 질문을 받았다. ‘UX 디자인을 엄마에게는 뭐라고 설명하겠느냐’는 것. “굉장히 당황스러웠는데 간혹 엄마가 인터넷을 검색하실 때 제게 기초적인 것들까지 묻곤 하신 게 생각났어요. 사용자가 막힘 없이 웹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굳이 물을 일도 없지 않을까. 그런 내용으로 답변을 했는데 면접장을 나서면서 아차 싶더라고요.”

그는 뭐라고 설명하고 싶었을까. “엄마에게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목욕을 좋아하는 엄마 등이라도 밀어드리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다르잖아요. 그렇게 정성스럽게 다가가는 게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인데….” 면접이 성에 차지 않았던 그는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1주일 동안 가슴을 졸였다. 하지만 회사는 송 씨를 “유연한 사고방식과 스토리텔링 방식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 회사에 ‘콩깍지’ 씌어 취업 성공

송 씨는 10박 11일간의 합숙 훈련과 7주간의 인턴십을 거치면서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합숙 기간에 거의 밤을 새우면서 팀 작업을 했는데 감동적이었어요. 팀원 간에 공을 즐겁게 주고받는 과정이랄까요. 그리고 직장생활은 당연히 고달픈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게 충격적일 정도였어요. 완전히 콩깍지가 씐 거죠.”

박 씨의 인턴 기간은 5개월이나 됐다. 한게임에 배치돼 모바일 게임 테스트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 주말에 접속이 폭주할 때 관리자가 집에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바일 솔루션으로, 사내에서 꽤 인기를 끌었다.

“지난 추석 바로 전이었는데, ‘시험 개통하는 프로그램을 명절 기간에 이용하시라’는 내용으로 회사 전체 메일을 보냈어요. 저는 그때 인턴이었잖아요. 최고경영자까지 보는 전체 메일을 돌리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그는 “가능성을 믿어 준 회사가 고맙다”고 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 NHN 인턴십 과정은 ▼

네이버, 한게임 등으로 유명한 NHN은 직군별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세 가지로 나누어 인턴십을 진행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을 위한 NHN 소프트웨어 멤버십은 4월에 모집해 7∼11월 5개월간 실제 프로젝트 개발에 투입된다. 성적 우수자는 NHN 입사 전형에서 최종 면접만 거치는 특전을 받는다.

디자인과 사용자경험(UX) 전문가를 지망한다면 6월에 진행되는 사용자경험 디자인 체험연수(UXDP)에 지원해 볼 만하다. 팀별 실무 프로젝트가 주어지며, 기획에서 상세설계까지의 과정을 체험하고, 실무진 강의와 선배의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지난해 처음 시작한 네이버-한게임 인턴십은 전공과 무관하게 선발하며 5월에 모집한다.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열정을 표현하는 인턴

인턴 기간은 실무 능력을 포함해 자신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입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다양한 시도를 했는지는 함께 일해 보면 알 수 있다.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적극적인 태도로 실무능력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쁜 예: 시키는 일만 하는 인턴

담당 업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턴에게는 멘터들이 대부분 좋지 않은 피드백을 준다. 더불어 잦은 지각 등 근태가 불량한 경우에도 취업 열의가 없는 것으로 비쳐 좋지 않다. 업무를 진행할 때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한다거나 다른 사람과의 팀워크를 고려하지 않는 것 역시 감점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