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는 글로벌 자산시장 관점에서 미국의 풍부한 유동성이 계속 공급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되며, 두 번째는 아시아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부담을 미국의 통화정책이 완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정책 변화 여부가 중요하다.
먼저 자산시장 관점에서 볼 때 선진국의 풍부한 유동성은 위험 자산뿐만 아니라 국채를 중심으로 한 안전자산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미국이 과연 저금리 및 유동성 공급 기조를 유지할 것인가는 동시에 여러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이다. 또 미국의 연이은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 약세 및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아시아의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러한 대외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은 아시아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유동성 흡수 조치가 선행되어야 상품가격 상승세 진정과 아시아의 물가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도 미국의 통화정책을 바꿀 만한 변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시아와 달리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게 유지되고 있어 유동성 팽창에 대한 위험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아시아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서둘러서 금리를 올리거나 양적 완화를 중단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의 양적완화가 국채 매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데, 현재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은 미국 국채를 발행하는 재무부이다. 2011년에도 감세정책의 연장으로 정부 부채의 추가 확대는 불가피하다. 성장 지속에 필요한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양적완화를 통한 국채 매입이 계속될 필요성이 있다. 결국 연준이 양적완화 및 저금리 정책을 버리고 긴축으로 전환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당분간 연준의 경기판단 상향과 유동성 공급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선 대우증권 경제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