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
당연히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 약화는 수급 측면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국내 자산시장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되 섣불리 외국인들의 투자 행태를 따라갈 이유는 없다고 판단한다. 순환적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 개연성이 있지만 구조적인 이머징 국가 투자 확대가 중단될 이유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첫째로 최근 경제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가계의 채무 구조조정과 고용 부진이라는 이중고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금의 실적은 더는 팽창적일 수 없는 통화, 재정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재차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봄까지 정책 효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피어오르다가 1차 양적 완화가 마무리된 지 불과 석 달 만에 더블딥 위험이 되살아난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현재 이머징 국가의 선전은 단순히 환율 경쟁력이나 값싼 노동력으로만 지탱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높은 평균 교육 수준, 긴 노동시간 등 장기간에 걸쳐 쌓인 암묵적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많은 이머징 국가는 1990년대 말 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외환보유액을 축적해 놓았고 재정적으로 탄탄하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은 이른바 ‘잘나가는’ 이머징 국가에의 신뢰를 버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된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극단적으로 돈을 써야만 지탱되는 경제와 자금 유입 때문에 인플레이션까지 걱정해야 하는 경제는 분명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