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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1년간 뼈 빠지게 일했는데…”

입력 | 2011-01-28 03:00:00

청주시 율량택지개발지구 하청업체 부도 처리
건설노동자 50여명, 체임 6억여원 받을길 막막




“1년간 뼈 빠지게 일 했는데 돈을 받을 수 없다니요….”

27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충북지역본부 앞. 덤프트럭이나 굴착기, 불도저, 그레이더 등을 갖고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는 건설기계 노동자 50여 명이 삼삼오오 모여 한숨을 쉬고 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이들이 모인 것은 체불임금 때문. 청주 율량택지개발지구에서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2년 넘게 구슬땀을 흘렸지만 이들과 계약한 W토건이 부도가 나면서 모두 6억여 원에 달하는 돈을 못 받게 됐다.

2009년 4월부터 일을 해온 굴착기 기사 양모 씨(40·청주시 흥덕구 사창동)는 “800만 원 정도를 못 받았는데 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같이 팀을 꾸려 일하는 사람이 7명인데 모두 1억4000여만 원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1억1000만 원이 넘는 굴착기를 산 유모 씨(38·청주시 흥덕구 복대동)는 “4000만 원을 받지 못해 네 식구가 지금 돈을 빌려 생활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양 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할부로 장비를 산 뒤 자기 돈으로 기름값 등을 충당하고 나중에 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금처럼 하청업체가 부도를 내면 돈을 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들. 정부의 체불 대상 근로자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은 정부가 발주처와 원청업체 등에 대해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충북건설기계지부 측은 “그동안 발주처 면담과 선급금 지급 시 철저한 관리 감독 등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체불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부 측은 “건설산업기본법에도 임대료와 관련해 발주처 및 원청의 직접 지급 등 관리 감독 책임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양 씨는 “올 설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도청 등이 적극 나서고, 앞으로 우리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