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버그 방한때 타진… 南-北-美3자회담도 거론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최근 북-미 간 뉴욕채널을 통해 2009년 중단된 연간 50만 t의 식량 지원을 재개해 줄 것을 미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함에 따라 26일 방한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사진)이 이 문제를 한국 정부에 문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식량지원 재개를 요구하면서 어떤 반대급부를 제안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식량지원 재개를 시작하면 정부가 지난해 5월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응해 단행한 5·24 대북 제재 조치의 효력이 그만큼 약화된다”고 우려했다.
다른 당국자도 “국제사회가 현 시점에서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면 북한은 이를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6자회담 개최 전에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형태의 ‘3자회담’을 여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남북대화가 우선이라는 우리 정부의 원칙에 동의하는 한편 ‘남-북-미 3자회담을 여는 것은 어떠냐’고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3자회담 언급은 우선 남북대화를 통해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 뒤라면 다양한 양자 및 다자대화가 가능하다는 취지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남북대화가 잘 안될 경우 6자회담 개최를 위한 3자회담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남-북-미 3자는 2005년 9·19공동성명 채택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열리는 와중에 수석대표 회동을 한 적은 있지만 6자회담에 앞서 별도의 3자회담 구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스타인버그 부장관에게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는 6자회담이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중국이 반대할 것이 우려된다. 28일 중국에 가서 더 좋은 방안이 있는지 논의해 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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