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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식량지원 재개 검토]美 “남북 안되면 3자협상” 北 유인

입력 | 2011-01-28 03:00:00


북핵문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에 온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26일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간 비핵화 회담이 먼저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자회담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미국이 본격적인 6자회담 재개 행보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외교부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북핵 6자회담 재개와 분리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시인조차 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가 진전이 없으면 6자회담 재개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미국은 시간이 갈수록 북한의 핵 저장고가 쌓여가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인버그 부장관과 한국 당국자들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남북회담이 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대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한미의 고민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는 미국과의 문제”라며 한국을 비핵화 협상의 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남북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선언 이후 1992년 13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했으나 결렬됐다. 1993년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린 이후에는 북-미 대화가 핵 협상을 주도했다.

따라서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밝힌 남-북-미 3자회담은 북한을 협상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당국자들은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제안은 남북대화가 먼저 성사된 이후 다양한 양자, 다자대화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지만 남북대화가 안 되면 그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비록 3자회담에 한국이 함께 나오는 점이 껄끄럽긴 하겠지만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의미 있는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한은 3자회담이 열리더라도 회담 과정에서 남한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미국과의 공식, 비공식 대화에 집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미 3자회담의 현실화 가능성에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은 남북간 비핵화 회담에 진전이 없다고 보고 직접 나설 가능성보다는 일단 한국에 맡기고 기다리자는 데 무게를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3자가 먼저 핵문제를 논의하는 구도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했던 미국이 이를 강행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