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속의 빈곤… ‘승천하는 용’의 고민
올해 1월 18일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주요 2개국(G2)의 국빈 대우를 받으며 전 세계에 중국의 위상을 과시했다. 중국은 후 주석 방미 기간에 수백억 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을 사들이는 계약을 하며 막강한 경제력을 보여줬다. 세계 2위의 국력을 자랑하며 미국의 슈퍼파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강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 2위의 경제력에 어울리지 않는 뉴스도 적지 않다. 예컨대 미국 애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팍스콘 직원들의 잇단 자살 소식은 화려한 중국 경제의 이면(裏面)에 감춰진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허리를 한 번 굽히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보수로 고통 받던 근로자들이 결국 자살을 택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중국 공산당의 고위 간부들과 그 자제들이 특정 산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분석 기사도 나온다. 이런 시스템으로 과연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착취이다. 내 주장이 레닌이나 할 법한 말 같다고 생각했다면 맞다. 실제로 레닌이 한 말이다.” 경제대국인 중국의 근로자들이 세계 최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원인을 지적한 대목이다. “중국의 제조업체는 앞으로는 승냥이, 뒤로는 호랑이를 두고 있는 셈이다. 금융자본이 승냥이라면, 산업자본은 살기등등한 호랑이다. 원자재를 구입할 때는 금융자본이 가격을 결정하고, 제품을 판매할 때는 산업자본이 가격을 지배한다.” 그래서 중국이 개혁에 박차를 가할수록,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수록,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낼수록, 미국과 유럽이 잘살게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의 주장을 보면 마치 종속이론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대 시카고대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지금은 홍콩에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인물로 종속이론과는 거리가 멀다. 이 책은 중국과 중국 경제에 대한 균형된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신자유주의 태동시킨 시카고의 힘
시카고학파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박수철 옮김
600쪽·3만5000원·에버리치홀딩스
저자는 밀턴 프리드먼, 조지 스티글러 등 시카고대가 낳은 경제학자들의 인터뷰와 논문 등을 참고해 그들의 개인적 관계와 지적 연관성을 밝혔다.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시카고학파의 업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또 시카고대만의 전통에서 세계 최고의 경제경영학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찾았다. 그 원동력은 ‘직업윤리’ ‘과학으로서의 경제학에 대한 믿음’ ‘학자적 성취와 학문적 성과를 강조하는 자세’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 ‘지리적 고립에서 오는 공동체의식’ 등에 있으며 치열하기로 악명 높은 워크숍제도가 이런 전통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각 분야 최고의 삶서 배우는 경영지식
경영
프랑크 아르놀트 지음·최다경 옮김
424쪽·1만8900원·더숲
효율성을 높이려면 먼저 자신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강점을 인식해 집중하면 전력을 기울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원자폭탄 반대 운동을 펼쳤듯 강점과 가치관을 결합시키면 효과는 배가된다. 빌 게이츠, 잭 웰치, 워런 버핏 등 여러 유명인사가 등장하지만 그들이 추구했던 일의 방식은 두루뭉술하게 소개돼 아쉽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