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직접 투자땐 펀드보다 세금 덜 내
일러스트=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및 채권 직접투자 규모는 약 14조 원으로 전년도보다 약 28% 늘었다. 해외 주식 계좌를 개설해 애플이나 구글 같은 해외 유명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도 늘고 있다.
흔히 양도세는 부동산을 팔았을 때만 내는 것이라고 알지만 주식을 팔 때도 양도세가 있다. 그런데 국내 주식을 사고팔면서 양도세를 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내 주식은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대주주나 비상장주식을 거래했을 때 또는 장외거래로 팔았을 때만 양도세가 과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액주주가 상장주식을 장내에서 팔면 차익에 상관없이 양도세가 없다.
특히 작년부터는 해외 주식 양도세 예정 신고가 의무화됐다. 주식을 양도한 날이 속한 분기의 마지막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신고 및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세를 내야 한다. 다만 신고·납부는 양도일이 속한 분기별로 하지만 세금은 1년 단위로 계산된다. 주식투자로 손해를 본 분기가 있다면 다른 분기에서 발생한 양도 차익에서 차감된다. 예를 들어 8월에 해외 주식을 500만 원의 차익을 내고 팔았다고 하자. 기본공제를 차감한 250만 원에 대해 양도세 55만 원을 3분기 마지막 날로부터 2개월 이내인 11월 30일까지 내야 한다. 그런데 다음 분기인 11월에 250만 원 손해를 보고 판 주식이 있으면 결국 1년 동안 총 250만 원의 양도 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기본공제를 차감하면 양도세가 없기 때문에 이미 낸 55만 원은 모두 환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해외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과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해외주식형 펀드의 매매 차익에 대한 비과세가 2009년 끝나면서 펀드에서 발생한 해외 주식 매매 차익은 모두 배당소득으로 과세된다. 배당이나 이자소득 같은 금융소득이 4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해당돼 다른 소득과 합산해 세금을 내야 한다. 반면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해서 생긴 차익은 양도세로 과세돼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득이 많아 최고 세율 38.5%를 적용받는 강 씨가 예금 등에서 발생한 이자 4000만 원 외에 해외펀드에서 3000만 원의 수익이 생겼다고 하자. 금융소득이 7000만 원이므로 4000만 원을 초과하는 3000만 원은 다른 소득과 합산돼 38.5%의 세율을 적용받아 1155만 원이 과세된다. 하지만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해 3000만 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았다면 양도소득으로 22%의 세율이 적용돼 605만 원을 내면 된다. 해외펀드로 투자했을 때보다 550만 원의 세금이 감소하는 셈이다. 따라서 최고 세율 구간에 해당하는 금융소득이 많은 사람이라면 매매 차익이 동일할 때 해외 주식 직접투자가 해외펀드 투자보다 세율 차(38.5%―22%)만큼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이은하 미래에셋증권 세무컨설팅팀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