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에게 비시즌은 가혹한 시간이다. 곱게 빨아 놓은 유니폼을 각 잡아 다리고, 애꿎은 TV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며 어떻게든 버텨 보지만, 야구팬에게 야구가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암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손가락 빨며 시즌 개막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선수들이 훌륭한 플레이를 위해 밤낮없이 훈련하듯, 우리 팬들도 보다 멋진 시즌을 맞이하기 위해 비시즌에 할 일이 있는 법이다. 여기, 비시즌을 알차게 견디기 위해 야구팬들이 해야 할 일들을 소개한다.
첫째는 건강관리다. 지난날들을 돌이켜보자. 시즌 중 당신의 건강상태는 어땠던가. 운동에 소홀한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야구장의 수많은 패스트푸드에 아무런 저항 없이 몸을 맡기지 않았던가. 게다가 안타깝게도 역전패를 한 날에는 밤늦도록 분노의 술자리를 이어가기 일쑤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긴장과 이완의 사이클은 없던 흰머리도 생기게 할 정도로 강력하다. 다가오는 개막전에 우렁찬 함성을 지르기 위해서 몸을 만들어 놓을, 최고의 적기가 바로 지금이다.
두 번째, 많은 야구팬들의 비시즌 소일거리인 ‘지난 경기 다시 보기’를 빼놓을 수 없다. 뻔히 결과를 알면서 무슨 재미로 보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말씀. 똑같은 영화라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것처럼 야구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비시즌 야구팬의 재미라면 역시 ‘설레발’이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나의 선수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 믿을 수 있는 짧지만 달콤한 시간. 선수들 모두 저마다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거라고, 특히 지지리도 속 썩이던 유망주들이 가을 햇살에 석류알 터지듯 터져 줄 거라 믿으며 라인업을 짜는 재미. 올 가을의 한국 시리즈에 대비하여 각종 방한 용품을 준비하는 이 시간. 설령 이번 시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어떠랴. 야구는 오늘도 내일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며, 비록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 하더라도 야구가 없는 세상보다 100만 배 더 즐거운 시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구율화 변호사
야구선수들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관심이 많다. 야구계 변방에서 꾸준히 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