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仁은 휴머니티… 상생의 원동력”
인의 역사를 정리한 신정근교수는 “현실의 문제를 인의언어로 설명해야 유학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 교수는 우선 인의 정의부터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인을 단순히 ‘어질다’로 풀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사람답다’로 바꿔야 합니다. 인을 ‘어질다’로 풀이하면 너무 복합적인 뜻을 갖게 돼 명확한 학문적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런 점에서 인을 영어로는 ‘휴머니티(humanity)’로 번역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사람다움’이란 역사의 단계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원시시대에는 인간이 자연에 종속돼 있었지만 현대인은 자연을 이용하며 자유와 평등을 누린다. 사회적 관계의 양상도 시대마다 다르다.
공자에 이르러 인은 치자(治者)의 덕목으로 등장한다. 약육강식의 춘추시대에서 치자가 절제와 지혜를 발휘해 통치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한(漢)대에 이르면 기(氣)와 음양사상이 모든 분야에서 번성한다. 동중서는 유학 사상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자연학 분야를 당시 음양오행의 기 철학으로 보완했다. 기 철학을 통해 인은 자연과 만난다.
“동중서는 인의 근원을 하늘과 연결시켰어요. 이로써 인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넘어 하늘과 사람의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론을 넘어 인의 실천을 강조한 주희를 지나 청나라 때 완원과 조선 후기 정약용은 인의 한층 명확한 실천 방법을 모색한다. 정약용은 ‘도덕적 규범은 구체적인 인간관계에서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바로 그 점에서 정약용의 인 사상이 현대에 가장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현대사회는 계약으로 얽힌 사회인데, 만물일체만 주장하는 형이상학적 주장은 보편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죠.”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