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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는 경찰

입력 | 2011-01-29 03:00:00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 경찰관이 60대 어머니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 전직 경찰관은 현역 재직 당시 사행성 게임장을 함께 운영하던 동업자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의 집에 불을 질러 살해했다. ‘함바 비리’ 사건에 연루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구속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터에 일부 경찰관의 잔혹한 범행까지 겹쳐 경찰은 만신창이가 됐다. 한 경찰 간부는 “창피해 국민 앞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듯이 전국의 경찰관이 10만여 명이나 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경찰관이 친모(親母)를 살해하고,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한 것도 모자라 증인의 입을 막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은 인성 파괴의 악질적인 범죄에 해당한다. 이번 기회에 경찰 선발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파수꾼이다. 경찰이 사회악과 무질서에 맞서 싸우기 때문에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경찰이 부정을 일삼고 흉악범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면 국민은 사회를 방어하는 보루가 무너진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선진 외국에 가면 경찰들이 자랑스럽게 제복을 입고 출퇴근한다. 우리 경찰은 제복을 잘 입지 않는 편이다. 경찰이 직업인으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으려면 경찰 총수부터 말단 경찰관에 이르기까지 자중자애(自重自愛)하고 제복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려는 노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요즘 들어 전반적으로 경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전·의경들에 대한 가혹행위도 이런 기강 해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경찰 총수 출신이 함바집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아 교도소에 들어가고, 고위 경찰 간부 출신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들락거리는 판이니 하부 조직의 기강인들 온전할 리 없다. 국민의 신뢰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경찰의 위기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직(職)을 걸고 흔들리는 경찰을 바로 세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