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들의 귀환, 팬과 감독은 환영하지만…

○ 추락한 팀 성적… 구단에서 ‘SOS’
현역 선수 가운데 ‘돌아온 스타’의 원조는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전주원(39)이다. 1991년 현대산업개발에 입단해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이름을 떨쳤던 그는 2004년 출산 뒤 은퇴를 선언했다. 그해 6월 신한은행이 현대산업개발팀을 인수한 뒤에도 그는 계속 코치로 벤치를 지켰다. 신한은행은 2005년 겨울리그에서 꼴찌에 그치자 그를 복귀시켰다. 신한은행은 그해 여름리그에서 3위로 뛰어 올랐고 전주원은 단박에 어시스트왕을 차지했다.
○ 베테랑 복귀는 얇은 선수 층 방증
배구나 여자프로농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 층이 두꺼운 야구는 은퇴 후 복귀가 쉽지 않다. 당대를 주름잡았던 선수라도 은퇴 시기를 조금 늦추기 위해 플레잉 코치를 거친 뒤 지도자 수업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2006시즌을 마치고 은퇴했다 2008년 복귀한 포수 김정민(41·현 LG 코치) 같은 사례가 있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프로배구는 지난 시즌 KEPCO45 방신봉(36), 인삼공사 장소연(37)에 이어 올 시즌 장윤희, 대한항공 이영택(34), LIG손해보험 방지섭(37)이 코트로 돌아왔다. 28일 현재 방신봉과 장소연은 각각 남녀부 블로킹 1,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영택과 방지섭도 원숙한 기량을 앞세워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소속 팀 감독들은 “기량도 좋지만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준다”며 반긴다. 부진한 삼성화재가 은퇴를 준비했던 손재홍을 다시 투입한 것도 흔들리는 팀을 잡아줄 고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을 지낸 한 배구 관계자는 “은퇴 선수들이 줄줄이 돌아온다는 것 자체가 선수 층이 얇은 국내 배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장 전력에는 보탬이 되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젊은 선수를 키워야 배구가 산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