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영어로 말하면 KIA용병들이 못 알아 듣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KIA 최희섭(32)과 LG 봉중근(31)은 1년 선후배로 고교시절 광주와 서울을 대표하는 대형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팀이 스카우트에 열을 올렸지만 두 선수의 꿈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있었다.
오랜 마이너리그 시절, 두 사람은 팀은 달랐지만 서로에게 든든한 선배, 후배였고 선의의 경쟁자였다. 그리고 2002년 함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봉중근은 타격에 더 재능이 있었지만 결국 투수로 데뷔했고, 최희섭은 첫 번째 타자였다.
영욕이 교차한 메이저리그 생활을 보낸 최희섭과 봉중근은 국내 복귀도 함께였다. 2007년 한국에 돌아온 봉중근은 LG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최희섭은 같은 해 돌아와 2009년 KIA의 4번 타자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한편 최희섭은 초등학교 시절 함께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녔다는 LG 정성훈을 다음 릴레이인터뷰 상대로 찍었다.
“하하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공에 많이 맞았지만 매덕스 공이 제일 아팠던 것 같아.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아니지만 얼마나 공이 묵직하던지. 사실 매덕스가 세계적인 투수였기 때문에 타석에서 상대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지. 이닝이 교체되고 수비 나가서 까지 계속 아플 정도로 큰 고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난다. 매덕스 같은 선수가 경기 후에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중근이가 애틀랜타에서 크게 인정을 받는 투수였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한국야구랑 미국야구랑 많이 다르잖아요. 한국투수들 수준도 높아져서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솔직히 한국투수와 미국투수 중 누가 더 상대하기 어려워요?
“미국에 있을 때는 나도 지금보다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부족했던 것 같아. 미국 투수들은 아무래도 공이 굉장히 빠르고 움직임이 좋아서 상대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지. 한국 투수들은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제구력이 굉장히 뛰어난 것 같아. 미국에서의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
Q1 홈런 세리머니 소사에게서 배웠나요?
-형은 홈런을 치고 홈플레이트에서 세리머니를 하잖아요. 손을 입에 댄 뒤에 하늘을 찌르는 세리머니는 새미 소사한테 배운 건가요? 아니면 특별한 뜻이 있는 건가요? 작년에 형이 홈런치는 장면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많이 치세요. 대신 내 볼은 안 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흐흐.
“아무래도 컵스 있을 때 팀 최고 선수였던 새미 소사 팬이었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 ‘소사 같은 선수가 되겠다’ 그런 의지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그만뒀다. 상대 투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요즘에는 홈런 치면 재빨리 들어온다.”
-저하고 맞대결한 날 대부분 안타 하나씩은 치셨던 것 같아요. 형은 항상 “다 칠 수 있었는데 하나만 쳤다”고 큰소리 치셨잖아요. 그런데 하나도 못친 날 표정 보면 속상해 하시는 것 같던데…. 제 볼 치려고 다른 연습 하세요? 무서운 타자고, 사랑하는 형이지만 올해는 제가 하나도 안 맞을 거예요.
“하하하. 중근이는 LG 에이스잖아. 한 경기에 하나라도 치는 게 어디냐. 사실 에이스와 상대하는 경기인 만큼 중근이가 나오면 전력분석 자료도 자세히 살피고 나름 준비를 한다. 그리고 ‘꼭 하나는 치자’그런 마음으로 타석에 서고 있어(웃음). ”
“사투리 영어? 하하하. 한국에서는 사실 영어를 쓸 기회가 별로 없지. 그래도 외국인 선수들과는 영어로 종종 대화하곤 해. 영어가 짧지만 이제 주장이 됐으니까 로페즈 등과 더 많이 말을 나누고 해야지.”
-결혼도 하셨는데 자녀는 몇 명이나 낳고 싶으세요? 형은 체격도 좋고, 힘도 좋잖아요. 형 능력도 있겠다, 형수님도 건강하시겠다, 많이많이 낳으세요. 참고로 저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지만….
“내가 제수씨 잘 알잖아. 미국에서 힘들 때, 중근이 몸도 많이 아플 때 결혼생활을 시작해서 이제 우리나라 정상급 투수가 될 때까지 고생 많이 했을 텐데 정말 대단하시다. 형이 결혼이 조금 늦었는데 앞으로 많이 배울게. 중근이도 그렇고 결혼한 선배들 보면 가정이 평화로우면 야구도 잘 하는 것 같아. 아이는 아들, 딸 모두 낳고 싶어.”
Q2 저도 중고참인데 후배는 어떻게 챙기세요?
A2 무섭지만 속으로 아껴주는게 선배 아닐까
-형은 이제 KIA에서 고참이고 주장이잖아요. 후배들 많이 챙겨주시는 걸 봤어요. 저도 이젠 팀내에서 중고참인데, 형이 후배들 어떻게 챙겨주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올해는 잠실이나 광주경기 끝나고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음. 나 같은 경우에는 후배들에게 항상 좋은 선배가 되는 것보다 때로는 무섭지만 누구보다 아껴주는 선배가 되려고 해. 칭찬만 해주는 선배가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때론 무서운 선배, 그러나 속 깊이 생각하고 잘 챙겨주는 선배, 그러면서 진심으로 통하는 선배, 그게 좋은 것 같아. 올해는 정말 자주 연락하자. 경기 후에 밥도 많이 먹고!”
○봉중근이 최희섭에게
희섭이 형, 잘 지내시죠? 자주 전화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미국에서는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형하고 한번도 맞붙지는 못했지만 우리 재미있는 일도 많았어요. 요즘도 그 시절이 가끔씩 생각나요. 미국무대를 정리하고 한국에 온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이젠 한국에서 한국팬들을 위해 멋지게 야구를 해야죠. 또 결혼도 하셨는데 축하드립니다. 행복 끝, 고생 시작입니다. 결혼 선배로서 하는 말입니다. 하하하. 결혼생활 힘들 때도 많겠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아질 거예요.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시고, 형수님과 행복하게 사세요.
○최희섭이 봉중근에게
중근아 반갑다. 나도 마찬가지야. 자주 연락도 못하고 형이 더 미안하다. 미국에서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중근이와 함께했던 많은 추억들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종종 생각하면서 미소 짓기도 하고. 이제 한국에 온 지 6년째 맞지?
고등학교 때 미국에 가서 고생도 많이 하고, 또 수술까지 하면서 계속 도전을 했었잖아. 한국에 돌아오기로 한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걱정 많이 했었다. 나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어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중근이는 사실 고등학교 때 정말 최고였잖아. 그 때처럼 LG의 에이스로 멋진 모습 보여주고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
KIA 최희섭은?
▲생년월일=1979년 3월 16일
▲학교=송정초∼충장중∼광주일고∼고려대
▲키·몸무게=196cm/99kg(좌투좌타)
▲미프로야구 경력=1999년 시카고 컵스∼2003년 플로리다∼2004년 LA 다저스∼2006년 보스턴∼2007년 탬파베이
▲한국프로야구 데뷔=2007년 KIA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 ▲ML 통산성적=363경기 220안타 40홈런 120타점 타율 0.240
▲2010년 성적=126경기 127안타 21홈런 84타점 타율 0.286
▲2011년 연봉=4억원
※ ‘릴레이 인터뷰’는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