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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사투리 영어라 그런가? 하하하”

입력 | 2011-01-31 07:00:00

형이 영어로 말하면 KIA용병들이 못 알아 듣는다는 얘기가 있던데…




KIA 최희섭(32)과 LG 봉중근(31)은 1년 선후배로 고교시절 광주와 서울을 대표하는 대형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팀이 스카우트에 열을 올렸지만 두 선수의 꿈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있었다.

오랜 마이너리그 시절, 두 사람은 팀은 달랐지만 서로에게 든든한 선배, 후배였고 선의의 경쟁자였다. 그리고 2002년 함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봉중근은 타격에 더 재능이 있었지만 결국 투수로 데뷔했고, 최희섭은 첫 번째 타자였다.

영욕이 교차한 메이저리그 생활을 보낸 최희섭과 봉중근은 국내 복귀도 함께였다. 2007년 한국에 돌아온 봉중근은 LG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최희섭은 같은 해 돌아와 2009년 KIA의 4번 타자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한편 최희섭은 초등학교 시절 함께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녔다는 LG 정성훈을 다음 릴레이인터뷰 상대로 찍었다.

-형, 이제 와서 고백할 게 하나 있어요. 형은 시카고 컵스, 저는 애틀랜타에서 뛸 때였는데요. 우리 팀 선발투수 그렉 매덕스가 던진 공에 형이 맞은 적 있잖아요. 볼카운트 1-3였어요. 그때 매덕스가 저한테 “난 볼넷으로 타자를 내보내는 게 너무 싫다. 그래서 차라리 몸에 맞혔다고 희섭이한테 가서 전해라”고 했거든요. 매덕스 정말 장난이 심해요. 그동안 형한테 그 말을 전해주지 못했는데, 이제 생각나서 뒤늦게 전합니다.

“하하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공에 많이 맞았지만 매덕스 공이 제일 아팠던 것 같아.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가 아니지만 얼마나 공이 묵직하던지. 사실 매덕스가 세계적인 투수였기 때문에 타석에서 상대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었지. 이닝이 교체되고 수비 나가서 까지 계속 아플 정도로 큰 고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난다. 매덕스 같은 선수가 경기 후에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중근이가 애틀랜타에서 크게 인정을 받는 투수였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한국야구랑 미국야구랑 많이 다르잖아요. 한국투수들 수준도 높아져서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솔직히 한국투수와 미국투수 중 누가 더 상대하기 어려워요?

“미국에 있을 때는 나도 지금보다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부족했던 것 같아. 미국 투수들은 아무래도 공이 굉장히 빠르고 움직임이 좋아서 상대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지. 한국 투수들은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제구력이 굉장히 뛰어난 것 같아. 미국에서의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것 같아. ”

Q1 홈런 세리머니 소사에게서 배웠나요?

A1 상대투수 배려…요즘엔 냉큼 들어와

-형은 홈런을 치고 홈플레이트에서 세리머니를 하잖아요. 손을 입에 댄 뒤에 하늘을 찌르는 세리머니는 새미 소사한테 배운 건가요? 아니면 특별한 뜻이 있는 건가요? 작년에 형이 홈런치는 장면을 많이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많이 치세요. 대신 내 볼은 안 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흐흐.

“아무래도 컵스 있을 때 팀 최고 선수였던 새미 소사 팬이었기 때문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 ‘소사 같은 선수가 되겠다’ 그런 의지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그만뒀다. 상대 투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요즘에는 홈런 치면 재빨리 들어온다.”

-저하고 맞대결한 날 대부분 안타 하나씩은 치셨던 것 같아요. 형은 항상 “다 칠 수 있었는데 하나만 쳤다”고 큰소리 치셨잖아요. 그런데 하나도 못친 날 표정 보면 속상해 하시는 것 같던데…. 제 볼 치려고 다른 연습 하세요? 무서운 타자고, 사랑하는 형이지만 올해는 제가 하나도 안 맞을 거예요.

“하하하. 중근이는 LG 에이스잖아. 한 경기에 하나라도 치는 게 어디냐. 사실 에이스와 상대하는 경기인 만큼 중근이가 나오면 전력분석 자료도 자세히 살피고 나름 준비를 한다. 그리고 ‘꼭 하나는 치자’그런 마음으로 타석에 서고 있어(웃음). ”

-한국에 있으면 영어를 할 일이 별로 없는데, 형은 지속적으로 영어 쓰세요? 형이 영어로 말하면 KIA 용병들도 잘 못 알아듣는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영어도 전라도 사투리식으로 하니까. 하하하.

“사투리 영어? 하하하. 한국에서는 사실 영어를 쓸 기회가 별로 없지. 그래도 외국인 선수들과는 영어로 종종 대화하곤 해. 영어가 짧지만 이제 주장이 됐으니까 로페즈 등과 더 많이 말을 나누고 해야지.”

-결혼도 하셨는데 자녀는 몇 명이나 낳고 싶으세요? 형은 체격도 좋고, 힘도 좋잖아요. 형 능력도 있겠다, 형수님도 건강하시겠다, 많이많이 낳으세요. 참고로 저는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지만….

“내가 제수씨 잘 알잖아. 미국에서 힘들 때, 중근이 몸도 많이 아플 때 결혼생활을 시작해서 이제 우리나라 정상급 투수가 될 때까지 고생 많이 했을 텐데 정말 대단하시다. 형이 결혼이 조금 늦었는데 앞으로 많이 배울게. 중근이도 그렇고 결혼한 선배들 보면 가정이 평화로우면 야구도 잘 하는 것 같아. 아이는 아들, 딸 모두 낳고 싶어.”

Q2 저도 중고참인데 후배는 어떻게 챙기세요?

A2 무섭지만 속으로 아껴주는게 선배 아닐까

-형은 이제 KIA에서 고참이고 주장이잖아요. 후배들 많이 챙겨주시는 걸 봤어요. 저도 이젠 팀내에서 중고참인데, 형이 후배들 어떻게 챙겨주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올해는 잠실이나 광주경기 끝나고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음. 나 같은 경우에는 후배들에게 항상 좋은 선배가 되는 것보다 때로는 무섭지만 누구보다 아껴주는 선배가 되려고 해. 칭찬만 해주는 선배가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때론 무서운 선배, 그러나 속 깊이 생각하고 잘 챙겨주는 선배, 그러면서 진심으로 통하는 선배, 그게 좋은 것 같아. 올해는 정말 자주 연락하자. 경기 후에 밥도 많이 먹고!”

○봉중근이 최희섭에게

희섭이 형, 잘 지내시죠? 자주 전화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미국에서는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형하고 한번도 맞붙지는 못했지만 우리 재미있는 일도 많았어요. 요즘도 그 시절이 가끔씩 생각나요. 미국무대를 정리하고 한국에 온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이젠 한국에서 한국팬들을 위해 멋지게 야구를 해야죠. 또 결혼도 하셨는데 축하드립니다. 행복 끝, 고생 시작입니다. 결혼 선배로서 하는 말입니다. 하하하. 결혼생활 힘들 때도 많겠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아질 거예요. 가족의 소중함도 느끼시고, 형수님과 행복하게 사세요.

○최희섭이 봉중근에게

중근아 반갑다. 나도 마찬가지야. 자주 연락도 못하고 형이 더 미안하다. 미국에서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중근이와 함께했던 많은 추억들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종종 생각하면서 미소 짓기도 하고. 이제 한국에 온 지 6년째 맞지?

고등학교 때 미국에 가서 고생도 많이 하고, 또 수술까지 하면서 계속 도전을 했었잖아. 한국에 돌아오기로 한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걱정 많이 했었다. 나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어서 더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중근이는 사실 고등학교 때 정말 최고였잖아. 그 때처럼 LG의 에이스로 멋진 모습 보여주고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

KIA 최희섭은?

▲생년월일=1979년 3월 16일

▲학교=송정초∼충장중∼광주일고∼고려대

▲키·몸무게=196cm/99kg(좌투좌타)

▲미프로야구 경력=1999년 시카고 컵스∼2003년 플로리다∼2004년 LA 다저스∼2006년 보스턴∼2007년 탬파베이

▲한국프로야구 데뷔=2007년 KIA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 ▲ML 통산성적=363경기 220안타 40홈런 120타점 타율 0.240

▲2010년 성적=126경기 127안타 21홈런 84타점 타율 0.286

▲2011년 연봉=4억원

※ ‘릴레이 인터뷰’는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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