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화 갈등… 날개 접은 ‘문화 아이콘’
2001년부터 시작된 서울 홍익대 앞 대표 문화 이벤트인 ‘클럽데이’가 28일 117회를 끝으로 중단됐다. 클럽문화협회는 클럽의 정체성과 홍대 앞 문화의 상업화, 클럽 운영자들 간의 내부 갈등 등의 문제점들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클럽데이를 열지 않을 계획이다. 클럽데이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린 클럽 ‘노이즈 베이스먼트’ 입구 모습(왼쪽)과 클럽 ‘사운드홀릭’ 공연 장면. 사진 제공 클럽문화협회
이날은 117번째 클럽데이이자 마지막 클럽데이였다. 클럽데이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홍익대 앞 클럽 18곳을 티켓 한 장(2만 원)으로 모두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 2001년 시작된 이 이벤트가 이날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 10년 장수 콘텐츠의 마지막 날
2001년 3월 시작된 클럽데이는 당시만 해도 동네 마니아들 위주로 알려진 홍대 앞 클럽문화를 ‘전국 문화’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초기만 해도 테크노 클럽 중심이었으나 2007년 라이브 클럽 행사인 ‘사운드데이’와 통합되면서 행사 규모가 커졌다. 적게는 6000명에서 많게는 1만 명 이상 즐기다 보니 서울시에서도 클럽데이를 ‘서울 테마별 관광코스 30선’에 포함했다.
10년 동안 한 번도 멈춘 적 없던 클럽데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왜일까. 10년 전 이 이벤트를 기획한 최정한 클럽문화협회 회장은 “정체성 혼란, 상업화 논란, 내부 갈등 등 홍대 앞 클럽을 둘러싼 문제들이 점점 커져 이대로 가다가는 안 될 것 같아 중단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홍대 앞의 상업화. 그동안 홍대 앞은 인디 밴드나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대안 동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이곳이 급속도로 상업화되면서 ‘인디’ ‘창의’보다는 ‘대중’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 클럽 역시 댄스, 힙합 등 홍대 분위기와는 무관한 클럽들이 생기면서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클럽데이
하지만 민감한 문제는 ‘돈’이었다. 클럽데이는 하루 동안 이벤트를 벌인 클럽 18곳이 전체 수익을 18등분해서 나눠가지는 제도로 운영됐다. 그러나 이른바 잘나가는 큰 클럽들이 장사가 안 되는 작은 클럽들을 먹여 살렸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일종의 ‘경제 공동체’로 운영되다 보니 클럽들 중에는 공연이나 서비스 등 더 발전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클럽문화협회는 새로운 대안이 떠오르기 전까지는 클럽데이를 다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최 회장은 “록과 댄스를 나눠 개별적으로 진행하거나 수익 배분을 실적 위주로 차등을 두어서 하거나 수익 중 일부를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