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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연욱]소통 없었던 MB 기자회견

입력 | 2011-01-31 03:00:00


미국 대통령이 매년 1월 하순이나 2월 초 상하원 합동회의에 나와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하는 것은 헌법 제2조 3항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25일 신년 국정연설을 했고 연설 도중 박수만 70회 정도 쏟아졌다. 정적(政敵)인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연단에 선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엄지를 치켜든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시로 현안이 생길 때마다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직접 소통했다. 작년 한 해에만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한 것이 27차례였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의회 연설을 잘 하지 않는다. 정부가 9월 정기국회 예산안을 제출할 때도 대통령 시정연설을 국무총리가 대독(代讀)하는 관행이 오래 이어져 왔다. 권위주의 시대부터 국회를 낮춰본 관행이다. 대통령은 국회연설 대신 신년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한다. 역대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자와 내용을 미리 조율하는 방식이었다. 기자들의 날선 질문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려던 독재정권의 잘못된 유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새해에 거는 국민적 기대감을 의식한 행사다.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신년 방송 좌담회를 갖는다. 기자들은 아예 빠진 채 청와대의 기획으로 두 명의 토론자만 참석하고 주제도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로 제한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들과 치열한 일문일답을 벌이는 신년 기자회견을 한 적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이러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있었던 20여 차례 기자회견을 통틀어 봐도 제대로 언론과 질의응답을 한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2009년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관련 기자회견 때도 당시 가장 민감한 현안인 세종시 문제는 비켜갔다. 질문할 기자를 미리 정하지 않고 손을 든 기자들 중 대통령이 자유롭게 지명해 열띤 문답을 주고받으면 국민과의 소통은 훨씬 원활해질 것이다. 생중계 도중 대통령이 말실수를 해도 그 정도는 애교가 될 수 있다. 국민은 당당하게 기자회견장에 나와 국가 현안을 고뇌하면서도 할 말을 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