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모여 즐겁지만 명절 스트레스도…”
28일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리 바나리 씨(가운데)와 리 레아케나 씨(오른쪽) 자매가 설을 앞두고 떡방앗간을 찾았다. 바나리 씨의 시어머니 김귀순 씨가 따끈따끈한 가래떡을 자매에게 건네고 있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세 자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이 고향인 바나리 씨는 2남 3녀 중 맏딸이다. 2007년 5월 국제결혼상담소를 통해 오종록 씨(48·강진군 군동면)를 만났다. 셋째인 레아케나 씨는 언니가 결혼한 지 채 한 달이 안돼 강진으로 시집왔다. 우연히 바나리 씨의 결혼사진을 본 임종순 씨(40·강진읍)가 오 씨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했다. 임 씨는 “사진을 처음 본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며 “장인어른이 ‘막내까지 보낼 수 없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결국 ‘골인’했다”며 웃었다.
둘째 리 소꾼태어리 씨(28)는 지난해 4월 큰형부가 후배를 소개해줘 결혼했다. 강진에서 살게 된 세 자매는 매주 가족 모임을 갖고 나들이도 다니며 오순도순 지냈다. 하지만 둘째가 지난해 10월 남편을 따라 전남 장흥으로 이사한 후로는 자주 만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바나리 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산다. 이번 설이 한국에서 지내는 다섯 번째 명절이다. 그는 명절 때면 음식 장만하고 외지에서 온 가족과 노래방 가는 게 즐겁다고 했다. “지(자기)는 즐거운지 몰라도 나는 아니여. (음식 만드는 게) 시원치 않아 일을 못 시킨당께(못 시킨다니까).” 시어머니가 한마디 하자 바나리 씨는 “그래도 김치찌개하고 닭볶음탕은 잘하잖아요”라며 곱게 눈을 흘겼다.
레아케나 씨는 명절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하루에 상을 다섯 번 넘게 차려야 해 힘들어요. 남자들은 TV만 보고 설거지도 모두 여자가 하고 너무해요.”
바나리 씨도 레아케나 씨와 마찬가지로 네 살 난 아들이 있다. 3개월 후에는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다. 자매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모두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그만뒀다. 그래서인지 자매는 육아에 욕심이 많다. “돈을 많이 벌어 아들을 꼭 대학에 보내고 싶어요.” 레아케나 씨는 화장을 배워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다. “형편이 좀 나아지면 캄보디아 부모님을 초청해 명절을 함께 보내고 싶어요. 알콩달콩 사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이제는 ‘한국 아줌마’가 다 된 언니 바나리 씨의 소망이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