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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서 강진으로 시집온 바나리-레아케나 자매의 설맞이

입력 | 2011-01-31 03:00:00

“온가족 모여 즐겁지만 명절 스트레스도…”




28일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리 바나리 씨(가운데)와 리 레아케나 씨(오른쪽) 자매가 설을 앞두고 떡방앗간을 찾았다. 바나리 씨의 시어머니 김귀순 씨가 따끈따끈한 가래떡을 자매에게 건네고 있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어머니, 떡가루가 꼭 하얀 눈 같아요.” 28일 오전 전남 강진군 강진읍 중앙떡방앗간. 하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방앗간에서 떡가루를 만지던 캄보디아 출신 두 자매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니, 요건 뭐하는 거예요. 쌀에다 왜 소금을 넣어요.” 방앗간에 처음 와본 언니 리 바나리 씨(30)는 신기한 듯 연방 질문을 쏟아냈다. “요것으로 떡국을 만들어. 아가야, 너도 이리 와서 이것 좀 해봐라.” 뜨끈뜨끈한 떡살을 찬물에 담그던 시어머니 김귀순 씨(77)가 며느리 손을 이끌었다. “지훈이 엄마도 잘 배워야 쓴다.” 김 씨가 동생인 리 레아케나 씨(27)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훈이는 레아케나 씨의 네 살 난 아들. “따땄할(따뜻할) 때 먹어봐라잉.” 김 씨가 떡살을 뚝 떼어 건네자 자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세 자매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이 고향인 바나리 씨는 2남 3녀 중 맏딸이다. 2007년 5월 국제결혼상담소를 통해 오종록 씨(48·강진군 군동면)를 만났다. 셋째인 레아케나 씨는 언니가 결혼한 지 채 한 달이 안돼 강진으로 시집왔다. 우연히 바나리 씨의 결혼사진을 본 임종순 씨(40·강진읍)가 오 씨에게 ‘다리’를 놔달라고 부탁했다. 임 씨는 “사진을 처음 본 순간 마음을 빼앗겼다”며 “장인어른이 ‘막내까지 보낼 수 없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결국 ‘골인’했다”며 웃었다.

둘째 리 소꾼태어리 씨(28)는 지난해 4월 큰형부가 후배를 소개해줘 결혼했다. 강진에서 살게 된 세 자매는 매주 가족 모임을 갖고 나들이도 다니며 오순도순 지냈다. 하지만 둘째가 지난해 10월 남편을 따라 전남 장흥으로 이사한 후로는 자주 만나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두 자매의 명절나기

바나리 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산다. 이번 설이 한국에서 지내는 다섯 번째 명절이다. 그는 명절 때면 음식 장만하고 외지에서 온 가족과 노래방 가는 게 즐겁다고 했다. “지(자기)는 즐거운지 몰라도 나는 아니여. (음식 만드는 게) 시원치 않아 일을 못 시킨당께(못 시킨다니까).” 시어머니가 한마디 하자 바나리 씨는 “그래도 김치찌개하고 닭볶음탕은 잘하잖아요”라며 곱게 눈을 흘겼다.

레아케나 씨는 명절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하루에 상을 다섯 번 넘게 차려야 해 힘들어요. 남자들은 TV만 보고 설거지도 모두 여자가 하고 너무해요.”

바나리 씨도 레아케나 씨와 마찬가지로 네 살 난 아들이 있다. 3개월 후에는 둘째가 태어날 예정이다. 자매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모두 중학교 2학년까지 다니다 그만뒀다. 그래서인지 자매는 육아에 욕심이 많다. “돈을 많이 벌어 아들을 꼭 대학에 보내고 싶어요.” 레아케나 씨는 화장을 배워 가게를 차리는 게 꿈이다. “형편이 좀 나아지면 캄보디아 부모님을 초청해 명절을 함께 보내고 싶어요. 알콩달콩 사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겠죠.” 이제는 ‘한국 아줌마’가 다 된 언니 바나리 씨의 소망이다.

강진=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