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북한학과 김병욱씨탈북자 출신 다섯번째 박사로
과격한 북한식 표현에 교수들은 머리를 흔들었다. 수없이 문장을 고쳐야 했다. 280쪽 분량의 박사 논문을 쓰면서 남북한의 각종 사전을 닳도록 뒤적거렸다. 탈북자 김병욱 씨(49·사진)의 박사학위 논문은 이렇게 탄생했다.
김 씨는 동국대 북한학과에서 북한의 지역방위체계를 연구한 논문으로 다음 달 박사학위를 받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이애란 경인여대 겸임교수, 박수현 묘향산한의원 원장에 이은 탈북자 출신 국내 박사 제5호가 된다.
2002년 탈북한 그가 석·박사 과정을 마치기까지는 6년 반이 걸렸다.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일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논문을 준비하는 1년 동안은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공부하는 고3 수험생 같은 생활을 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한국식 문장과 표현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을 도와준 사람조차 “논문 초안을 보름 동안 읽고서야 내용을 이해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권분과위원회 보좌위원으로 일하는 김 씨는 “탈북자 2만 명 시대에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정책금융공사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부인 김영희 씨도 북한경제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어 최초의 탈북자 박사 부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탈북자 박사 4호인 한의사 박수현 씨의 막냇 동생 세현 씨에 이어 또 다른 동생 태현 씨까지 28일 한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탈북 한의사 3형제’가 탄생했다. 태현 씨는 “북한에서는 한자를 잘 쓰지 않는 탓에 한의학 공부가 더 힘들었다. 엉덩이에 종기가 났을 때는 한 달 동안 서서 공부한 적도 있다”며 기뻐했다. 박 씨는 동생의 합격 소식을 전하며 “나도 10년 안에 미국 하버드대 철학박사 학위를 따겠다는 새 목표를 정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